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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연 시인 / 소리에 젖다
오지게도 내린다
삼월 한밤 내내 두터운 침묵 두드리는 푸른 빗소리 안으로 동여맨 섶 풀어내어 차박차박 적시고 있다 부풀리고 있다
꿈속까지 따라와 하염없이 수런대는 댓잎 같은 그대처럼
지금 지상은 제 소리에 겨워 우는 타악기이다
시집 『기차는 올까』(작가세계, 2014) 중에서
김기연 시인 / 기차는 올까
가을, 간이역 구석진 곳부터 싸늘히 식고 있다
고개 돌린 해바라기가 건너다보는 들녘 하롱하롱 고추잠자리 떼 액자 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직한 담장에 기대어선 개망초 시든 이마 쓰다듬고 있다
기차는 좀처럼 오지 않고 시선 자주 역사 밖 철로를 서성이는 여자 비스듬히 길어진 그림자 흔들어 깨우는 스피커의 비음 ‘새마을호 열차를 먼저 보내는 관계로 무궁화호 열차가 연착하겠음’을 알리는 사이 저무는 들녘 빤한 길속으로 휘어진 햇살 꽁무니 말아 쥐며 달아나고 있다
언제쯤 기차는 여자를 만나러올까
시집 『기차는 올까』(작가세계, 2014)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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