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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우 시인 / 견본구두
발끝은 쏠려 있다. 그렇게 뒷문을 여는 거울, 구두코가 시큰거리듯 빛났다.
모르게 한 뼘씩 뒤꿈치가 들려있지. 들어와서 나가는 사람이 같지 않다는 거울 속 미리 걸어 보는 견본들 앞을 넘겨보는 자세로 걷는데 누가 땅을 바꿔 놓았나.* 뒤가 끌어당겨 뒤통수를 바꿔놓자. 의자가 가득 쌓인 문이 들어섰지.
무늬에 감춘 오후 5시의 신발 속, 말일에서 도망친 발자국들 주먹이 지나간 문처럼 숲에 버려진 눈동자처럼
불안을 떠돌던 족적에 대해 산책을 원한다면 먼 곳에 발을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 넣는 순간 빠져나오지도 못한 곳
원래 뒷걸음질은 거울에서 생겨났지. 마지막 방향을 벗겨내자. 아킬레스처럼 철문이 비명을 비틀어 쪽문을 만들어냈지. 사람이 없으면 의자는 더 이상 의자가 아니다. 공원은 공원이 아니다. 거울 속에 들어가 무더기로 멈춘 발에서 내 발을 찾아 뒤를 돌아보았지.
거울이 닫히고 있었지.
닳아 없어진 발로 간신히 나왔는데 너는 누구니? 누가 내일을 바꿔 놓았나.
* 헤르타 밀러의 숨그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5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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