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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권자미 시인 / 팔마구리

by 파스칼바이런 2019. 7. 30.

권자미 시인 / 팔마구리

 

 

배산과 임수에 집을 짓고 있어요.

비단 집을

 

사람들이 내 집을 두고 말이 많다지요.

 

마구리를 치고 연둣빛 팔팔한 기운을 덧대서

이만한 당호가 없겠다 싶은데

팔마구리만한 게 분수를 모르고 까분다.

수군거린다고 합디다.

 

녹우당이니 삼백당이니 풍수지리한 곳에

풍광 수려한 곳에 집들 가까이

바람과 햇볕과 비를

생각하며

 

갈아먹은 졸참잎을 생각하며

 

내일은

날개를 짤 겁니다.

찬 방에서 두 장 날개를 다 짜고 나면

사임당 말고 휘음당 말고

유리산누에나방이라 이름을 주세요.

 

괜찮아요 이를테면

그 쯤 소란은 새로 꾸는 꿈 뒤로 지는 쓸쓸함

뚝뚝 지는 낙엽 같은 것.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0월호 발표

 

 


 

권자미 시인

경북 안동에서 출생. 2005년 《시안》으로 등단. 시집으로 『지독한 초록』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