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강 시인 / 마들렌을 찾아
골목을 걸었어 책갈피가 되어 골목에 꼽혀 골목을 걸었어. 읽지도 버리지도 않는 헌책이 꽂힌 서가 잊지도 못하고 골목을 걸었어.
햇살 속을 걸었어 골목을 걸었어. 열중이고 한가한 골목. 손 등으로 햇살을 막고 골목을 걸었어. 걷고 걸으면 냄새가 나는 골목.
오늘은 백야.
얼굴이 얼굴을 들여다보는 의자를 샀었어.
해가 지지 않는 층계에 앉아 오늘의 얼굴을 옮겼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는 층계에서 갈 곳을 잊은 해를 샀어.
마들렌이 있었다는 골목을 걸었어. 헌책을 사고판다는 마들렌이 있다는데 마들렌은 없고 마들렌은 지도에 있고 골목을 걸었어.
마들렌을 찾아 골목을 걸었어. 골목에서 사라진 마들렌. 나는 걸었어 마들렌이 있다는 골목. 마들렌은 휴업 중인가.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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