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서 시인 / 반달의 시간
애지의 손톱 밑에 봉선화 꽃씨를 심어놓았지.
욱신욱신 생인손을 앓으면서 꽃의 인연 피어날 것 같아 불길해서 좋았지.
하늘수박넝쿨 향기의 울타리를 치면 바이러스처럼 번지는 꽃물.
하얀 눈썹 달 아래 앉아 손톱 끝으로 자라난 붉은 계절을 자른다.
붉은 반달을 지우며 흰 반달이 나란히 뜨는 무사한 이 시간들은 차라리 病이지.
지켜지지 않는 약속보다 더 힘이 센 미련으로 별다른 증세도 없이 수백 년의 잠복기만 지속되는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0월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임승환 시인 / 복제술 (0) | 2019.08.01 |
---|---|
박소영 시인 / 수그리고 본 하늘 (0) | 2019.08.01 |
김이듬 시인 / 문학적인 선언문 외 1편 (0) | 2019.07.31 |
이이체 시인 / 유언연습 외 1편 (0) | 2019.07.31 |
유승도 시인 / 나의 새 외 1편 (0) | 2019.07.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