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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소영 시인 / 수그리고 본 하늘

by 파스칼바이런 2019. 8. 1.

박소영 시인 / 수그리고 본 하늘

 

 

고개 숙이고 침 한 번 삼키면 되는

만병통치약 있었는데

내성이 생겼는지 이제는 효과가 없다.

 

태산 같은 몸을

보이지도 않는 마음이 부려서 얻은 병.

숨 쉴 수 없어서 처방 받은 약.

수그리고 먹을 수 없어

고개 뒤로 젖혀 하늘을 보고 삼킨다.

 

바닷새 갈매기들이

바다 위를 떠돌다 목이 마르면

바위에 고인 빗물을 찍어서 하늘 보고 넘기듯이

하늘 우러러야 삼켜지는 알약들.

 

마음보다 몸이 더 정직하다고 말하는 것이

뻔한 일이지만

늦었지만

미안하다고, 참 애썼다고 위로 한다.

 

이제야 알겠다.

가깝다고 함부로 대한 사람들.

고개 수그리고 미안했다고 사과하는 일

약을 먹듯이 늦기 전에 해야겠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0월호 발표

 

 


 

박소영 시인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졸업. 2008년 《詩로 여는 세상》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나날의 그물을 꿰매다』(천년의시작, 2010)와 『사과의 아침』(천년의시작, 2015)이 있음. 현재 한국시인협회 회원, 대전작가회 이사, 충남시인협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