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시인 / 수그리고 본 하늘
고개 숙이고 침 한 번 삼키면 되는 만병통치약 있었는데 내성이 생겼는지 이제는 효과가 없다.
태산 같은 몸을 보이지도 않는 마음이 부려서 얻은 병. 숨 쉴 수 없어서 처방 받은 약. 수그리고 먹을 수 없어 고개 뒤로 젖혀 하늘을 보고 삼킨다.
바닷새 갈매기들이 바다 위를 떠돌다 목이 마르면 바위에 고인 빗물을 찍어서 하늘 보고 넘기듯이 하늘 우러러야 삼켜지는 알약들.
마음보다 몸이 더 정직하다고 말하는 것이 뻔한 일이지만 늦었지만 미안하다고, 참 애썼다고 위로 한다.
이제야 알겠다. 가깝다고 함부로 대한 사람들. 고개 수그리고 미안했다고 사과하는 일 약을 먹듯이 늦기 전에 해야겠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10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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