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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조성국 시인 / 복날이면 생각나는 기억

by 파스칼바이런 2019. 10. 4.

조성국 시인 / 복날이면 생각나는 기억

 

 

셰퍼트가 퍼질러놓은 똥을 더뎌 치우다,

트집 잡혔다.

육이오 때에나 감행했던 원산폭격을 몹시 받았다.

팔꿈치 물팍이 다 까지도록 기합이란 기합은 죄다 받았다.

 

군대식 물자분류법에 따르면

이등급 군견보다 팔등급쯤 된 내가

좆같이 취급당한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곧 폐기처분될 개보다 못한 대우에

싸움개 으르렁대듯

화딱증이 불끈거렸다.

부아가 치밀어 그 개새끼 골통에 늙은 인사계의 이름을 붙여 부르며

개머리판으로 내려찍고는 하였다.

 

제대말년까지도 나는

수색 나갔다가 산토끼길목에 올무 덫 놓아, 돌멩이도

소화시킨다는 한참 때의

지독한 식욕을 달래기도 했었는데

공교롭게도 그만, 셰퍼트가 덫에 걸려 뒈져버린 사변이 터진 것이었다.

 

노발대발 인사계는 부대막사를 이 잡듯이 뒤졌고,

그 식탐의 눈빛을

견디다 못한 군견이 월북했다는 입소문만 무성히 나돌았다.

또 그것을 보았다는 중대원들 말에 나는

그저 배시시 웃으며 한랭기단의 새하얀 한파와 눈보라 헤치는

천리나 먼 행군을 거뜬히 마칠 수가 있었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7월호 발표

 

 


 

조성국 시인

전남 광주 염주마을에서 출생. 1990년 《창작과 비평》 봄호에 〈수배일기〉외 6편 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 시집으로 『슬그머니』(실천문학사, 2007)와 『둥근 진동』(애지, 2012)과 동시집 『구멍 집』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