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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서영택 시인 / 그림자 남자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17.

서영택 시인 / 그림자 남자

 

 

    한 번도 불 켜진 적 없는 그 남자

    그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모두 여기 있다

 

    어둠으로 된 가면을 쓰고

    지하로만 다니는 사람

    출근시간은 있으나 퇴근시간은 없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들이

    요즈음 어떠냐고 물어오면

    잘된다고 말하며 이마의 주름을 만지는

 

    시도 때도 없이 사람을 만나고

    때론 벽에 붙어 옆 건물로 건너가거나

    계절이 바뀌어도 같은 옷을 입고 있는

 

    지는 해에 앉는 새들을 보며

    발끝에 묻은 쓸쓸함을 떼어내느라 잠들지도 못하고

    만지는 꿈마다 흑백이 되어버리는

 

    누군가 밟고 지나가도 일어서지 않는

    납작 엎드린 그 남자

 

    다시 어둠이 움트는 밤이 오면

    알 수 없는 방향이 등 뒤로 쏟아진다

 

    그림자는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바닥이 몸을 구부리기 시작한다

    접혀진 계단이 펴지고 있었다

 

    저기. 그림자를 주머니에 구겨 넣고

    뛰어가는 한 남자가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6월호 발표

 

 


 

서영택 시인

경남 마산에서 출생. 2011년《시산맥》으로 등단. 시집으로『현동381번지』(한국문연, 2013)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