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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택 시인 / 그림자 남자
한 번도 불 켜진 적 없는 그 남자 그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모두 여기 있다
어둠으로 된 가면을 쓰고 지하로만 다니는 사람 출근시간은 있으나 퇴근시간은 없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들이 요즈음 어떠냐고 물어오면 잘된다고 말하며 이마의 주름을 만지는
시도 때도 없이 사람을 만나고 때론 벽에 붙어 옆 건물로 건너가거나 계절이 바뀌어도 같은 옷을 입고 있는
지는 해에 앉는 새들을 보며 발끝에 묻은 쓸쓸함을 떼어내느라 잠들지도 못하고 만지는 꿈마다 흑백이 되어버리는
누군가 밟고 지나가도 일어서지 않는 납작 엎드린 그 남자
다시 어둠이 움트는 밤이 오면 알 수 없는 방향이 등 뒤로 쏟아진다
그림자는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바닥이 몸을 구부리기 시작한다 접혀진 계단이 펴지고 있었다
저기. 그림자를 주머니에 구겨 넣고 뛰어가는 한 남자가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6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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