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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영춘 시인 / 도성 밖에서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17.

이영춘 시인 / 도성 밖에서

 

 

한길에서 내가 나를 찾습니다

별이 건너간 어둠 속 하늘처럼

오래 전 잃어버렸던 한 영혼이

쌀알처럼 반짝이는 별 하나 찾습니다

별 같은 송곳니 하나 세웁니다

 

어깨 축 쳐진 한 사람이 지나가고

가랑잎 같은 얼굴이 지나가고

휠체어 탄 그림자가 지나갑니다

 

텅 빈 도시, 몸이 없는 도시

도성 밖을 서성이는 달그림자처럼

도성 밖으로 밀려난 한 사람 절뚝이며 갑니다

상징과 은유가 죽음처럼 깔려 뒤뚱거리는

대형 병원 앞 근처

어깨 휘어진 달그림자 속에서

나뭇잎사귀들은 푸른 귀를 흔들고 서 있습니다

어둔 그림자들이 아우성칩니다

푸른 은하가 도성을 건너갑니다

 

격월간 『현대시학』 2019년 3~4월호 발표

 

 


 

 

이영춘 시인 / 돌의 부화

 

 

돌은 부화할 수 없는가?

돌이 물속에 있다

물속에 있는 돌은 알까기가 가능하지 않는가?

돌은 자란다 물속에서

 

나는 아침마다 베란다 좌대에 앉아 있는 돌에 물을 준다 물속에서도 자라지 못하는

그림자 하나, 그림자는 언제나 내 등 뒤에 숨어서 나를 끌어 올리지 못한다 돌 속에서

자라는 그림자의 함정이다

 

아득히 먼 고원의 땅에서 유목민으로 살다간 내 종족의 피톨

돌 속에서 굳어진 피톨, 날개 잃은 새의 죽음 점점이 푸른 반점으로 돋는다

푸른 혈맥의 반점, 여기저기 푸른 상처로 내 몸을 거부한다

 

내일은 어느 계곡에서 어느 툰드라의 골짜기에서 부화를 꿈 꿀 수 있을까?

돌이 물속에 엎드려 있다 부화하지 못한 돌 물속에 죽어 있다

죽은 새의 부리가 돌 속에서 하얗게 부서진다

부화하지 못한 물고기 한 마리,

구름 떼 같은 거품이 허공으로 날아간다

 

격월간 『현대시학』 2019년 3~4월호 발표

 

 


 

이영춘 시인

1976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시시포스의 돌』, 『귀 하나만 열어 놓고』, 『네 살던 날의 흔적』, 『슬픈 도시락』』, 『시간의 옆구리』, 『봉평 장날』, 『노자의 무덤을 가다』, 『신들의 발자국을 따라』와 시선집『들풀』『오줌발,별꽃무늬』 등이 있음. 윤동주문학상. 고산문학대상. 인산문학상. 강원도문화상. 동곡문화예술상. 한국여성문학상. 유심작품상 특별상 등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