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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춘 시인 / 도성 밖에서
한길에서 내가 나를 찾습니다 별이 건너간 어둠 속 하늘처럼 오래 전 잃어버렸던 한 영혼이 쌀알처럼 반짝이는 별 하나 찾습니다 별 같은 송곳니 하나 세웁니다
어깨 축 쳐진 한 사람이 지나가고 가랑잎 같은 얼굴이 지나가고 휠체어 탄 그림자가 지나갑니다
텅 빈 도시, 몸이 없는 도시 도성 밖을 서성이는 달그림자처럼 도성 밖으로 밀려난 한 사람 절뚝이며 갑니다 상징과 은유가 죽음처럼 깔려 뒤뚱거리는 대형 병원 앞 근처 어깨 휘어진 달그림자 속에서 나뭇잎사귀들은 푸른 귀를 흔들고 서 있습니다 어둔 그림자들이 아우성칩니다 푸른 은하가 도성을 건너갑니다
격월간 『현대시학』 2019년 3~4월호 발표
이영춘 시인 / 돌의 부화
돌은 부화할 수 없는가? 돌이 물속에 있다 물속에 있는 돌은 알까기가 가능하지 않는가? 돌은 자란다 물속에서
나는 아침마다 베란다 좌대에 앉아 있는 돌에 물을 준다 물속에서도 자라지 못하는 그림자 하나, 그림자는 언제나 내 등 뒤에 숨어서 나를 끌어 올리지 못한다 돌 속에서 자라는 그림자의 함정이다
아득히 먼 고원의 땅에서 유목민으로 살다간 내 종족의 피톨 돌 속에서 굳어진 피톨, 날개 잃은 새의 죽음 점점이 푸른 반점으로 돋는다 푸른 혈맥의 반점, 여기저기 푸른 상처로 내 몸을 거부한다
내일은 어느 계곡에서 어느 툰드라의 골짜기에서 부화를 꿈 꿀 수 있을까? 돌이 물속에 엎드려 있다 부화하지 못한 돌 물속에 죽어 있다 죽은 새의 부리가 돌 속에서 하얗게 부서진다 부화하지 못한 물고기 한 마리, 구름 떼 같은 거품이 허공으로 날아간다
격월간 『현대시학』 2019년 3~4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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