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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임지훈 시인 / 수기경(受記經)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17.

임지훈 시인 / 수기경(受記經)

 

 

  밤이 지나가며 흘린 실밥

  그믐달 끝단에 살짝 걸린 기별(記別)

  무심결의 승방에 뱅그르르 돌고 있는 단추

  누가 떨어뜨렸을까

  바람이 전하는 말을 바라보며

  새벽을 기다렸다

 

  절집을 지울 듯 누르는 눈보라

  다시 경(經)을 닫는다

 

  멀리 나부끼는 빛이

  건널목에 서 있는 머리카락 위로

  떨어진다

  읽을 수 없는

  꽃자루에 써진 글씨

  신호등

  바로 앞에서 나부끼는데

  마음을 다해 하나만을 섬겼는데

  까닭을 알 수 없다

  오늘을 찾아온

  팔만개의 꽃잎이 쏟아져 내리는데

 

웹진 『시인광장』 2018년 6월호 발표

 

 


 

임지훈 시인

동아대 졸업. 2006년《시와 세계》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미수금에 대한 반가사유』가 있음, 동아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