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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일 시인 / 우화(憂話)
나는 남에게 걱정을 끼치는 게 싫어서 걱정이 많다. 나를 걱정시키는 사람이 있어 잠 못 드는 밤이 있으나, 또 그런 나의 불면을 걱정하는 오랜 사람이 있어 나는 걱정이 많다. 그래, 걱정은 몰래 하는 일이 되었다. 주머니 속의 걱정을 만지작거리는 습관, 먼 데를 바라보며 그러는 습성이 병처럼 깊었다. 지치도록 봄날도 깊었다. 해 저무는 마음의 골짜기로 저녁바람이 분다. 바람의 뒤편에는 발끝 저린 노을, 걱정 말라고 발등을 쓸며 어둠이 온다. 잠시 무심하고 적막하고 따스하다 그 사이를 바람이 불고 또 걱정이 보챈다. 너무 오래 집을 비웠다. 해찰이 길었다. 걱정을 데리고 집으로 갈 시간이다. 오늘 밤도 나는 나 혼자가 아니어서 밤이, 더디게, 지날 것이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6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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