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김월수 시인 / 네펜데스*처럼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18.

김월수 시인 / 네펜데스*처럼

 

 

  우아함을 내세워 당신이 내 곁에 다가오도록

  몸속으로 가시를 숨겼지

  나의 꽃을 피우기 위하여

  얼마나 당신 속 깊이 파고들어 가야 할지

  얼마나 몸을 열고 살아야 할지

  전전긍긍 하는 나에게 다가오는 기척은

  내게 꼭 필요한 당신이란 걸 의심하지 않았어

 

  다부진 어깨를 가진 당신이

  식물성 감정을 가진 당신이

  속마음을 숨길 줄도 모르고 땀을 뻘뻘 흘리는 당신이

 

   기쁨의 춤을 추며 다가오는 몸짓에

   나의 몸을 열고 말았지

   긴 기다림이 끝나가는 순간에 느끼는 황홀을

   어디에 견줄 수 있을까

 

   어서 오세요 당신

   오랫동안 기다렸어요

 

   체위는 움직임 없이 단정하고 단단하니

   그 모든 가식을 녹이겠어요

 

*벌레잡이통풀

 

웹진 『시인광장』 2018년 6월호 발표

 

 

 


 

김월수 시인

2012년 ≪열린시학 ≫ 으로 등단. 시집으로 『그와 나의 파도타기』, 『서둘러 후회를 하다』가 있음. 임화 문학상 수상. 2014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