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주 / 내리는 눈 밭에서는
괜, 찬, 타…… 괜, 찬, 타…… 괜, 찬, 타…… 괜, 찬, 타……
수부룩이 내려오는 눈발 속에서는 까투리 메추래기 새끼들도 깃들이어 오는 소리,……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포근히 내려오는 눈발 속에서는 낯이 붉은 처녀아이들도 깃들이어 오는 소리.……
울고 웃고 수그리고 새파라니 얼어서 운명들이 모두 다 안기어 드는 소리.……
큰놈에겐 큰 눈물 자죽, 작은놈에겐 작은 웃음 흔적, 큰 이야기 작은 이야기들이 오부록이 도란거리며 안기어 오는 소리.……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끊임없이 내리는 눈발 속에서는 산도 산도 청산도 안기어 드는 소리.……
시집 『新羅抄』(정음사, 1961)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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