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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서정주 / 내리는 눈 밭에서는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18.

서정주 / 내리는 눈 밭에서는

 

 

  괜, 찬, 타……

  괜, 찬, 타……

  괜, 찬, 타……

  괜, 찬, 타……

 

  수부룩이 내려오는 눈발 속에서는

  까투리 메추래기 새끼들도 깃들이어 오는 소리,……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포근히 내려오는 눈발 속에서는

  낯이 붉은 처녀아이들도 깃들이어 오는 소리.……

 

  울고

  웃고

  수그리고

  새파라니 얼어서

  운명들이 모두 다 안기어 드는 소리.……

 

  큰놈에겐 큰 눈물 자죽, 작은놈에겐 작은 웃음 흔적,

  큰 이야기 작은 이야기들이 오부록이 도란거리며 안기어 오는 소리.……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괜찬타,……

  끊임없이 내리는 눈발 속에서는

  산도 산도 청산도 안기어 드는 소리.……

 

시집 『新羅抄』(정음사, 1961) 중에서

 

 


 

서정주[徐廷柱,1915.5.18 ~ 2000.12.24] 시인

1915년 전북 고창에서 출생. 중앙고보와 중앙 불교학원에서 수학. 1936년 《동아일보》신춘문예에 〈벽〉이 당선되어 등단. 첫시집 『화사집(花蛇集)』(1941) 이후 『귀촉도(歸蜀途)』(1948), 『신라초(新羅抄)』(1961),『동천(冬天)』(1969), 『鶴이 울고 간 날들의 시』(1982), 『산시』(1991) 등 다수의 시집과 시전문 동인지『시인부락』 간행. 조선청년문학가협회·한국문학가협회 시분과위원장 ·한국문인협회 이사장·동국대 교수 역임. 5·16문학상·대한민국예술원상 등의 다수의 賞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