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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자 시인 / 캐릭터 대 캐릭터
다른 해변에 도착해버리고 만다 하루는 물론 일 년, 1분, 일생까지도
아무리 갈고 닦고 쌓으려 해도 시간은 봉인된 채 제 갈 곳으로만 저벅저벅 흐른다 운명을 쥔 그 어깨 보고 나서는 출구 없는 광야가 가로놓여도 궁금한 것조차 없다
성자들 그들이
집필하지 않은 이유가 어렴풋 드러난다 * * 까도-까도… 알맹이가 없다고 껍질뿐이라고들 투덜대지만 洋, 파!
그 행성의 원주율과 깨끗한 위도가 요즈막엔 얼마나 든든한지 고마운지. 울퉁불퉁하지 않고 글썽글썽하지도 않고 지구를 쏙 뺀 둥긂과 흙색의 겉껍질과 칼날 없는 칼자루 빼어들고 햇빛 수호하는 이파리들과 * * 파도-파도… 흙뿐이라고 대지를 탓한 적 있었던가?
지층, 누가 감히 그에게 까도-까도… 껍질이라고 ‘속았다’고 힐난할 수 있을 것인가. 두 겹을 난도질해도 다시 한 겹 웃어주는 그 깊은 동심원이 곧 우리가 한세월 파종하고 가꾸고 기다려온 얼굴 아니었던가
너무 빠르거나 흐려지는 시계 아래서 떠밀리는 낙엽과 파도 쉬어갈 곳 못 찾은 바람소리 횡야설수야설 배회하는 밤
계간『시산맥』 2010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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