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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송포 시인 / 기일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6. 26.

김송포 시인 / 기일

 

 

  엄마가 아궁이에서 살아 돌아 오셨다

  뜨거운 줄 모르고 가마솥 속에 머무시더니

  하얗게 눈을 비비고 한 밤 중에 오셨다

  안개 낀 자욱한 길에 불쏘시개 넣어 바람을 불더니

  잔가지 톡톡 분질러 세상사에 군불을 지피셨다

  서로 구들장 차지를 위해 찬밭에서 발씨름 하며 깔깔 거릴 때

  매운 연기 뿜으며 자신을 태우고 태웠다

  앙상한 뼈를 발라 가슴에 넣어두고 시원하다 하셨다

  나무가 타 들어 갈 때 마다 자식의 시름을 위해

  컬컬한 먼지를 뒤집어쓰셨다

  성공한 아들의 얼굴은 몸이 쇠약해질수록 보기 어려웠고

  잘 나지 못한 손가락의 끈은 오래도록 붙들고 계셨다

  뜨거운 연기 속에 탯줄같이 달아 오른 연이

  휘파람 되어 세상 밖을 떠 돌아 다닐 때

  자신의 몸을 태워 버젓한 후광으로 비춰 준 것을

  저 빛나는 아궁이에서 활활 타며 춤을 추신 것을

  제삿날,

  허리 구부리고 아궁이 속에 다시 몸을 실었다

  엄마는 타는 것이 즐거운 듯 웃고 계셨다

 

 


 

 

김송포 시인 / 불면여행

 

 

  한밤중 맨살을 두드려 보네

  꿈의 문을 열어 고향으로 여행을 떠나네

 

  고양이는 골목을 휘저으며

  먹다 남은 생선가시 들고 귀퉁이에서

  기억을 발라먹다

  목에 걸린 가시가 끄럭거리네

  파도를 씹은 혀가 벼랑에 부딪혀 바람이 일다

  사막에 떠밀려가네

 

  어디론가 먼지 날리며 도망을 가네

  도망치다 뒤를 돌아보네

  돌아보니 놓친 것은 뱀이었어

  뱀을 찾으러 바다로 들어 가 보자

  바닷속엔 하얀 머리와 고운 얼굴이 보이고

  젖내가 나기도 했어

  떠오른 몸은 수초처럼 흐느적이고

  푸른 기억에 휘날린 것은 어머니의 치맛자락이었어

 

  붙들고 따라 가 보니

  흔적을 먹으며 베어 문 자국이 아파지네

 

  깨어 보니

  맨살은 멀쩡하게 살아 있네

 

2013년 《시문학》 등단시

 

 


 

김송포 시인

1960년 전북 전주에서 출생. 2013년 《시문학》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집게』, 『부탁해요 곡절씨』 등이 있음. 현재 ‘성남 FM방송’ 라디오 문학전문 프로 〈김송포의 시향〉을 진행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