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수 시인 / 몬세라트 가는 길
절벽을 만들었다 한 무리의 목동들이 하늘에서 빛이 내려와 절벽을 덮는 것을 보았고 천사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곳 절벽에 몬세라트 수도원을 지었다
누군가 울었다
빛이 빛을 몰고오고 안개가 안개를 몰고 가는 서로의 속으로 사라지는 모든 경계를 지우고 경계를 뛰어넘어 절벽이 되는 절벽은 우리 몸의 어디에나 있다
몬세라트 수도원은 그곳에 가만히 있다 이곳에서 피카소와 달리와 가우디가 절벽의 경이로움을 보았고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한다*는 말을 되뇌이며 빛의 애인을 찾았을 것이다
누구나 절벽 앞에 선다 내 안의 까마득한 벼랑 아래 낮익은 슬픔 하나가 시간이 없는 짐승의 각질을 벗고 하강한다
살아있는 날들이 있어 수행이고 순례다
검은 성모마리아 상 앞에 경배하고 몬세라트를 내려오는 허공 속 길 하나
절벽을 뛰어넘는 하얀 눈표범
눈으로 보아도 절벽에는 하얀 발자국이 있구나
계간 『시산맥』 2018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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