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권수찬 시인 / 새

by 파스칼바이런 2019. 9. 20.

권수찬 시인 / 새

 

 

  새 한 마리 솟는다 그곳에 여러 갈래 길이 있다

  반짝, 하는 곳에 어떠한 구김도 없이

  잠시의 파문도 일어나지 않는다

 

  날아가는 새에게 그림자란 없다

  은빛 고요만이 있을 뿐

  받아줄 메아리가 없다

  창의 박음질마다 주름살을 깊이 간직한 채

  한 점 획만이 두 눈에서 멀어질 뿐이다

 

  비릿한 부리를 햇살에 헹구며

  그들의 뒷모습은 단단하기만 하다

  어딘가로 높이 오르는 새

  나무속에 젖은 입김을 묻어두고

  한나절 풀씨처럼 몸을 맡긴다

 

  단 한 번의 질주로

  공중에 부리를 묻고 싶은 새들

  반짝이는 기억을 잊지 못할 것이다

  거친 시간을 등에 얹고

  제 흔적 메우느라 해진 날개자락

  비틀대는 순간을 주저앉힌다

 

  저녁의 창문 사이로 기울어지는 붉은 날개들

  그곳에 삭은 둥지가 떠다니고

  무덤가에 안개비가 내린다

  새의 영혼이 안주 하는 곳에

  빈 울음만 남는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3월호 발표

 

 


 

권수찬 시인

2014년도 《문학의 오늘》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