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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수찬 시인 / 새
새 한 마리 솟는다 그곳에 여러 갈래 길이 있다 반짝, 하는 곳에 어떠한 구김도 없이 잠시의 파문도 일어나지 않는다
날아가는 새에게 그림자란 없다 은빛 고요만이 있을 뿐 받아줄 메아리가 없다 창의 박음질마다 주름살을 깊이 간직한 채 한 점 획만이 두 눈에서 멀어질 뿐이다
비릿한 부리를 햇살에 헹구며 그들의 뒷모습은 단단하기만 하다 어딘가로 높이 오르는 새 나무속에 젖은 입김을 묻어두고 한나절 풀씨처럼 몸을 맡긴다
단 한 번의 질주로 공중에 부리를 묻고 싶은 새들 반짝이는 기억을 잊지 못할 것이다 거친 시간을 등에 얹고 제 흔적 메우느라 해진 날개자락 비틀대는 순간을 주저앉힌다
저녁의 창문 사이로 기울어지는 붉은 날개들 그곳에 삭은 둥지가 떠다니고 무덤가에 안개비가 내린다 새의 영혼이 안주 하는 곳에 빈 울음만 남는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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