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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옥 시인 / 지중해 혹은 꿈의 궁전
11월 내리는 비는 뒹구는 낙엽위로도 바라보는 마음위로도 추적추적 거려 그럴 때 멀리서 이끄는 <지중해>와 <꿈의 궁전> 모텔 간판들의 불빛이란 산중에서 길 잃은 선비가 불빛 삼아 찾아가는 오래된 이야기와 서두가 닮아있어 잠시 멈춰 다음에 올 것들을 생각해야해 지중해로 먼저 갈 것인지 꿈의 궁전으로 갈 것인지 정하기만 하면 곧장 키프로스에 가있어 나는, 투명한 파란 하늘아래 해변에 누워 태양을 만끽하는 그곳은 크레타 섬인지도 모르겠어 삶을 마음껏 즐기는 그들과 몸이 닿으면 내 키도 부쩍부쩍 늘려져있어 그러면 힘을 얻어 다시 어디로 가볼까 코르크나무와 오크나무가 숲을 이루는 튀니지? 그곳에서 나는 무얼 하며 먹고살지 많은 여자들이 문자해득이 어렵다하니 문자나 가르칠까나 꿈의 궁전은 어떻게 하고 솔직히 꿈이나 망상 따위 끔찍해 무슨 일이든 시작과 끝이 모조리 꿈이야 내 몸은 온통 망상덩어리, 그것이 작품이 되기도 하지만 들어갔다 나올 땐 허무해서 눈물이 멈추질 않아 봐, 아직도 크레타 섬 해변을 서성이고 있잖아 이제 흐릿한 불빛 삼아 집으로 가야해
아침에 눈뜨면 궁전 같은 그 집 온데 간데 없어지고 허허벌판에 혼자 누워있는 나를 보게 돼 어젯밤 유령과 함께 말하고 유령과 함께 잤을까 나는
웹진 『시인광장』 2018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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