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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 시인 / 독주(毒酒)
연한 포도주 빛을 띤 독주가 예쁜 병에 들어 있다 곁에는 사랑의 참술이라 씌여 있고 매우 독성이 강하기 때문에 음용에 주의를 요한다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그러나 아무도 그것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없다 오로지 사랑이라는 단어만 보일 다름이다 미끼는 먹음직스럽고 매혹적이다 물고기가 그냥 미끼를 낚아챈다 이 술을 마신다 얼큰한 정도가 되면 이미 치사량을 마신 것이다 해독약이 없어 종종 죽음으로 떨어지고 회복이 되더라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심한 후유증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 드물게는 아주 극소량으로 죽음의 병에서 기사회생하기도 한다 독주는 이로한 경우에만 유익하다 그 달콤함에 조금이라도 더 마시게 되면 회생의 효과는 사라지고 다시 독이 된다 유효량과 치사량 사이의 간격이 매우 좁다
시집 『나무늘보』(종려나무, 2009) 중에서
김현식 시인 / 외나무 다리
외나무 다리 하나
낡고 균열이 간 어깨죽지의 뼈마디까지 버티어 온 상흔
외진 오솔길 작은 골짜기에 언제 놓아버릴지 모르는 거친 손가락의 의지
양 언덕의 무게를 부여 안고 인고로 버티고 있는 외나무 다리 하나
시집 『나무늘보』(종려나무, 2009)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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