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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강은교 시인 / 비리데기의 여행(旅行)노래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9. 21.

강은교 시인 / 비리데기의 여행(旅行)노래

 

 

  게 누가 날 찾는가 날 찾이리 없건마는

  어느 누가 날 찾는가

  베려라 베리데기 던져라 던지데기

  깊은 山中 퍼버려라 퍼버려라

  (黃泉舞歌 中 「비리데기」의 一節)

 

  三曲 ․ 사랑

 

  저 혼자 부는 바람이

  찬 머리맡에서 운다.

  어디서 가던 길이 끊어졌는지

  사람의 손은 빈 거문고줄로 가득하고

  창밖에는

  구슬픈 승냥이 울음소리가

  또 다시

  만리길을 달려갈 채비를 한다.

 

  시냇가에서 대답하려무나.

  워이가이너 워이가이너

 

  다음날 더 큰 바다로 가면

  청천에 빛나는 저 이슬은

  누구의 옷 속에서

  다시 자랄 것인가.

 

  사라지는 별들이

  찬 바람 위에서 운다.

  만 리 길 밖은

  베옷 구기는 소리로 어지럽고

  그러나 나는

  시냇가에

  끝까지 살과 뼈로 살아있다.

 

시집 『허무집』(칠십년대 동인회, 1971) 중에서

 

 


 

 

강은교 시인 / 운조

 

 

                    운조가 걸어간다/ 운조가 걸어간다/ 푸른 지평선 황토치마

                    벌리고/ 한 모랭이 지나 화살표 사이로/ 두 모랭이 지나 화

                    살표 사이로/ 운조가 걸어간다, 마음떨 며 운조가 걸어간다

 

네가 떠난 후에

너를 얻었다

지붕들은 떨림을 멈추고

어둠에 익숙한 하늘은

밥풀같은 별 몇 개 입술에 묻혔다

 

심장을 늘이고 있는 빨랫줄들

비스듬히 눈물짓고 있는 나무들

동그란 눈 치켜뜨고 있는 창문들

 

작은 집들은 타달타달 달리고

담벼락의 두 팔은 지나가는 풍경들을 부끄럽게 부끄럽게

안았다, 비애는 타달거리는 작은 의자

 

저 집속으로 나는 들어가야 하리

어둠을 몸에 잔뜩 칠하고

야단맞은 아이처럼 떨며 서 있는

비애를 안아주어야 하리

 

물안개들도 일찍 눈 뜬 날

네가 떠난 후에

너를 얻은 날

 

                    운조가 걸어간다/ 운조가 걸어간다/ 푸른 지평선 황토치마

                    벌리고/ 한 모랭이 지나 화살표 사이로/ 두 모랭이 지나 매

                    혹 사이로/ 운조가 걸어간다, 마음떨며 운조가 걸어간다

 

시집 『네가 떠나고 너를 얻었다』(서정시학, 2011) 중에서

 

 


 

강은교 시인

1945년 함남 홍원에서 출생. 연세대학교 영문과와 同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68년 《사상계》 신인문학상에 시 〈순례자의 잠〉 등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허무집』, 『풀잎』, 『빈자일기』, 『소리집』, 『붉은 강』, 『바람 노래』, 『오늘도 너를 기다린다』등 다수 있음. 그밖의 저서로는 산문집 『허무수첩』, 『추억제』, 『그물사이로』 등과 동화로 『숲의 시인 하늘이』, 『하늘이와 거위』 등이 있음.  1975년 제2회 한국문학작가상과 1992년에는 제37회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