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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선 시인 / 新몽유도원도 5 - 신인류記
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후손입니다
할머니는 비틀즈가 좋아하는 루시*, 먼 옛날 어머니의 어머니, 그 어머니의 어머니를 따라 이 땅에 왔지요 어린 시절 호모 루덴스**를 꿈꿨지만 유희遊戲는 소소한 사치였나 봅니다 낮에는 루시처럼 꽃가루 따라 초원을 달립니다 밤에는 내 키 서너 배 쯤 되는 나뭇가지에 오릅니다 루시는 그래야 살 수 있다 말하곤 했지요 그렇게 먹고 자는 일이 일상이 되었지요
신은 거짓말을 곧잘 합니다 가난하니 복이 있다 하고 천국이 내 것이라 하지요 복은 부자에게만 주면서 말이에요 오늘도 사나운 짐승들이 우글대는 이 도시에서 선사先史의 한 시절을 걷습니다 찬란한 저녁은 초원의 밤보다 스산합니다 삶이 스산해도 유희라면 좋겠어요 회귀 본능을 따라 무거운 그림자가 보폭을 맞춥니다
오늘도 취기 속에서 도원桃園을 걷는 호모 루덴스 꿈을 꿉니다
*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종. 약 320만 년 전에 살았던 최초의 여성 인류로 비틀즈 노래에서 이름을 따옴. ** 유희하는 인간.
웹진 『시인광장』 2018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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