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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송계헌 시인 / 詩의 눈

by 파스칼바이런 2019. 9. 28.

송계헌 시인 / 詩의 눈

 

 

  한 길 눈더미에 쓸려나갈 빈터 오물 같던

  더 이상 쪼개어질 수 없는 능금 씨앗 같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열두시 시보 같던

  베스킨 라빈스 같던

 

  구름였다가 채 피지 않은 꽃잎이기도 한

  몇 줄 나의 시력 詩歷

 

  아직 달아오르지 않은 서쪽하늘은 고비사막이었네

  내 시어의 목록에 빈 주름을 더하는 일

  앙마른 가슴에 산호가지 꺾어 세우는 일은

  마지막 지문같은 달력 한 장에게나 주려했네

 

  환한 햇살에 발목 담그고 싶다고

  꼭 한 마디만 풀어줄 가슴 있다고

  저 혼자서 피었다 지는 길섶의 영토를

  마음으로 그리고 또 그려보는 날들 속에서

 

  잠깐 그대가 다녀간 입김같은 지느러미 등에 달고

  시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불임의 끝자리.

 

웹진 『시인광장』 2018년 3월호 발표

 

 


 

송계헌 시인

대전에서 출생. 공주 교대, 한남대 사회 문화 대학원 문학 예술학과 졸업. 1989년도 《심상》誌로 등단. 시집으로 『붉다 앞에 서다』 등이 있음. 제 9회 대전 시인 협회상 수상. 현재 대전 충남 작가회, 심상 시인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