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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한지혜 시인 / 결단

by 파스칼바이런 2019. 11. 26.

한지혜 시인 / 결단

 

 

  까마중이 배수로를 키워내

  옹벽을 지나다 이유 없이 꺾여

  폭력이 감각으로서의 친절이었다면

  불화를 가라앉혀 분리돼

  외로움으로 걸어가고 있어

  신성의 모독

  끊는 결백 깃발로 흩어지는 선언, 과잉 시니피앙

  신음의 날

  공허 거듭돼 흔들려

  부활, 풀의 역사와 교차해

  흐르지 못하는 세상 운

  습성대로 대립해

  배반의 입맞춤

  까마중이 검어지길 기다린다는 것은

  마지막 유혹 마지막 자해, 마지막 소유 같은 거

  두려움 밖으로 스스로 나오는 무한함 같은 거

  이사할 꿈을 꾸는 풀들로 사는 우리

  엑셀레이터를 밟음

  누구와도 섞이지 못해 합선되는 유다의 휴식

 

계간 『학산문학』 2017년 가을호 발표

 

 


 

한지혜(韓智慧) 시인

대청도에서 출생. 1987년 월간 《신세계》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마음에 내리는 꽃비 』(한누리미디어, 1998)와 『차와 달의사랑노래』(소리들, 2005),  『두 번째 벙커 』(시산맥사, 2015)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