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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옥 시인 / 러닝머신
의식 없이 집어 올린 부피 이것을 탑이라고 하자 덩어리와 덩어리로 이룬 층계 이제부터 타협이 시작 된다고 하자 연체이자처럼 늘어나는 탑을 부숴야한다면
달린다, 빠른 템포의 음악, 쉼 없이 돌아가는 트랙 잘 구워진 삼겹살 해물찜 장수막걸리들이 달린다 무방비로 달린다 의식이 무의식이 달린다
42.195를 앞에 둔 페이디피데스의 숨처럼 비표준이 표준치의 삶을 쫓아 달리는 중이다
스키니아스 해안의 물결같이 쓸어버릴 때까지 잔잔해지기까지 탑을 내려가는 사람들이 밟는 계단을 러닝머신이라고 하자
타협이 끝났다, 라고 하자
이연옥 시인 / 쓰르라미
소리로 주문을 건다 쓰~름. 길고 유연하게 공중에 떠오른다 어디를 떠돌다 걸림돌이 되었을지 모를 소리들 가느다랗게 흔들리는 음파를 따라 헤엄 쳐온다 음 하나가 창밖 은행나무 가지에서 괴성을 낸다 엊그제 버럭 질러버린 책망이 덫이다
쓰~름~ 소리맵시엔 즐거운 파동이 있다 음절 하나하나가 줄을 서는 버드나무 잎사귀 위 첫새벽부터 시장은 성황을 이룬다 여름내 떠들던 음표들이 어떻게 흥정되는지 폭풍을 몰고 온 소리 땡볕에 목마른 소리 좌판을 흔드는 소리
뇌세포를 누르는 쓰~름~ 쓰~름~ 저 진동의 폭; 아침부터 걸어온 주문 불협화음이 부서져 내린다
계간 《예술가》 2010년 겨울호등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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