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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천 시인 / 고욤나무 아래서 보낸 나흘 중에서 2 ㅡ투스카니아의 태양* 아래에서처럼은
바닷가 마을 앞을 지나가다가 였으리
영화의 한 장면에서 같이는 멈추어도 보았으리
지나가는 행인 1과 2의 등 뒤로 페이드 아웃되는 모퉁이의 배경만큼으로 굳게 닫혀져 있던 양철 문 밖에서 였으리
한 벌의 옷으로만 평생을 견디는 물 표범이거나 북극곰 같이는 한 가지 일로만 대문을 열어주는 것 같은 느리고 더딘 손길의 집 주인을 마주치게도 되었으리
젖은 바다 냄새는 한 올 옮겨 왔으리
마당가 키 큰 미루나무 가지에서 였으리
데면데면 들어서는 異邦의 너의 이마 쪽으로 잔 이파리 몇 닢인가는 흔들려도 주었으리
비수기의 방 한 칸 속에는 어디선가 마주쳤던 삐뚜름한 자세의 선객 하나 미리 와서 담겼을지도 통성명 따위를 꺼내들지 않고도 하마 적막쯤은 이었으리
어디선가 허물처럼 벗어 놓았거나 치우지 못하고 왔던 돌아다보기 싫은 기억들 같이 먼지는 와서 쌓여 있기는 하였으리
집주인의 빗자루를 대신 챙겨들고서라도 쓸어 담을 것들은 쓸어 담아 버리자고 생각하여 보았으리
이제와서 다시 멀고도 험 한 것들을 향하여 눈빛을 빛내어 본다거나 줄을 이으려 한다거나 그러지 않아도 되지 않겠느냐고 방 안의 먼지들은 고분고분 쓸리어도 주었으리
창틀 아래로까지는 다가와 딸그락거려 주었던 밤물결 소리의 까닭인들 아직 헤아리지 못한 채로도 다가와는 주었으리
푸른 심줄만 같았던 발등거리 앞에다는 고욤나무 눈물방울이라도 닮았던 고욤 한 톨은 핑그르르 굴러와 주었어도 괜찮았으리
바닷가 언덕의 집도 지붕도 처마도 투스카니아 골목의 집들처럼 낡아 있었으리
마을 쪽에서는 처음부터 한 사람도 오지 않았고 장미**는 피어있지 않았어도 괜찮았으리
바닷가 마을 앞을 지나가다가 오래된 영화 속 장면같이 멈추어 보았다 치더라도 투스카니아의 태양 아래에서처럼만은 아니었으리
고욤나무 그늘 아래로 지나갔던 하루인들 같아 졌으리.
* 다이안 레인이라는 여 배우가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흑백 영화. 무대는 이태리의 시골마을.
** 떠돌이 청년의 결혼식 장면. 하객들은 모두 마을 사람들. <마당의 담장 위에 장미꽃이 만개하였다.> -이혼 여행을 떠났던 주인공은 투스카니아의 골목 속에서 차를 세우고 혼자 내린다. 낡은 집을 판다는 쪽지가 담 벽에 붙어 있다. 집 주인 노부부는 한사코 낯선 이국여자에게로만 그 집을 사게 하는 고집을 피운다. 1)만삭인 채로 이혼을 한 친구가 찾아와 그 집에서 출산을 한다. 2)여우비처럼 짧았던 사랑의 기척이 지나간다. 3)떠돌이 청년의 위태로운 열애의 사정 속에 끼어든다. 떠돌이 청년과 부잣집 외동딸의 사랑. 두 연인의 결혼이 성사되기까지는, 어디서 굴러 온지도 모를 이국 여자의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투스카니아의 태양 아래에서, 정확하게는 그 집의 마당에서, 마을사람들이 어깨를 걸고 춤을 춘다. 결혼식의 뒤풀이를 겸하였다. “이 집에서 다 이루어 졌다”던 마지막 대사가 인상적이다. 막상 그 여자가 지니게 된 것은 하나도 없었는데도.
계간 『시산맥』 2016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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