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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예 시인 / 지독한 사랑
영어사전 한 장을 외우고 그 한 장을 찢어 꼭꼭 씹어 넘겼다고 한다 마지막 장 까지 다 외우고 그 마지막 장을 꼭꼭 씹어 넘겼다고 한다 네 모든 것을 암기 하고 너를 찢어 너를 삼키리라
206개, 너의 뼈 하나하나에 내 이름을 새겨 두리라 너의 눈에 내 눈을 너의 뛰는 심장에 내 차디찬 심장을 넣어 두리라 그의 완벽한 뼈 하나를 집자 그녀의 뼈 하나가 빠져나갔다 그의 뼈를 집자 그녀의 뼈가 튕겨져 나갔다 그녀의 뼈를 그가 집어 들자 와르르 무너져 내린 뼈들은 골다공증 여자의 질을 스쳐가는 헛바람처럼 서걱거렸다
뉴스에서는 전국이 영하권이라고 한다 누워 뒹굴며 시들은 밀감을 까먹다 눅진해진 옥수수과자 뻥이요를 질겅거리다 영국가수 아델의 헬로를 흥얼거린다 나야 나야 나야 나야나야나야나야나야나야 나아냐
화면 가득 눈으로 쌓인 서울 풍경을 근심스럽게 쳐다봅니다 폭폭 눈 내리던 어느 겨울을 뜬금없이 떠올립니다 제설차가 눈과 눈 사이 무덤과 같은 아득한 길을 엽니다 그 사이를 걸어가는 머플러로 동여 맨 마주 보는 얼굴은 갑자기 생소 합니다 나무에 맺힌 눈꽃이 가시를 내밀고 아침 햇살에 등등합니다
계간 『시작』 2016년 여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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