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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애 시인 / 모렐의 섬
해변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는 포스틴 모래밭에 펼쳐진 책 한 줄기 바람
물질인지 파동인지
그녀 곁에 덧붙여진 풀뿌리 즙에 취한 도망자의 영상이 편집된 것인지 애초의 사랑인지
알 수 없네 모래알을 씹어도
섬 전체가 상영되는 섬이라니
사적인 천국에서 촬영되었던 일주일을 영원히 반복하여 사는 사람들 그녀 가슴의 재스민 향까지 전파라니
모렐, 희디흰 여름빛을 반사하는 낯선 주파수 속에 먹고 마시던 친구들 공기 같은 포스틴은 어디로 갔나
영혼을 녹슨 기계에 반납해놓고 어느 비탈 아래 말라가는가
파도는 오고 가는데 시간은 가지도 오지도 않는 이 아름다운 형벌
스크린 없이 펼쳐지는 두 개의 태양 두 개의 섬
신기루 같은 이야기를 만든 이의 무덤은 부서지겠지만 지구가 각도를 바꾸어 조수를 몰아가고 기계가 작동을 멈출 때까지
모렐, 당신의 피사체는 잠글 수 없고 포말에 젖지 않는 풍경이네
*아돌포 비오이 카사레스, 『모렐의 발명』에서
계간 『시와 반시』 2017년 가을호 발표
강신애 시인 / DMZ
고라니는 무장하지 않고 물을 마시는 동물*
어느 나라에선 물사슴이라 부르지
물처럼 파랗게 손전등을 들이대면 그 자리에서 얼어붙기 남북한계선 철책 구멍을 넘어 헤드라이트 불빛을 향해 전력질주하기 북쪽 고라니 생각에 울다 투두둑! 미확인지뢰지대에서 몸통이 쪼개지기도 하는
여기는 낙원입니까 시간을 무성한 초록으로 감금해버린 망각입니까
풀물 든 발굽으로 산양이 지나간 물웅덩이 개연꽃잎 머금은 고라니가 해작이고 있다
물구름을 타고 물처럼
* 고라니 학명, Hydropotes inermis.
계간 『포에트리 슬램』 2017년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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