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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안차애 시인 / 사냥감을 찾아서

by 파스칼바이런 2019. 11. 26.

안차애 시인 / 사냥감을 찾아서

 

 

  1

 

  배꼽에서 비스듬히 3cm 위쪽 지점을 맞뚫어

  피어싱*한다

  생각보다 많은 출혈량은 있었지만

  멧돼지 어금니 모양의 둥근 봉 두 개를 마주 꽂아

  기쁨을 장식한다

  바야흐로 성인식이다

 

  어제는 들소 뿔 모양 장신구를

  그제는 사슴의 뼈 모양 링을

  며칠 전엔 상아 모양 고깔을

  미간에 귓바퀴에 귓볼과 입술에 바짝 매달았다

  비로소 야생 동물의 더운 피가 쿵쾅거리며 온 몸을 뛰어다니고

 

  2  

 

  사냥감이야 늘 지천이다

  혼다 4기통 오토바이로 시속 100km 남짓 달리다보면

  알타미라 동굴 근처의 바람을 사로잡을 수도 있다

  지중해 노래방에서 고래고래 악을 쓰다 느닷없이

  오츠크해산 고래 한 마리가

  친구 입 속에서 튀어나오는 걸

  깔깔대며 잡기도 한다

 

  취향이야 늘 바뀌기도 하므로

  오늘 밤엔 늙은 아버지의 가슴뼈 밑에 숨어사는

  느린 곰의 촌스러운 진지함을 새삼 사로잡아

  혓바닥에 박고 싶다, 아주 가학적으로

 

* 피어싱(piercing): 눈 코 혀 배 등 신체이 일부를 뚫어 멋을 내는 장식

 

200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안차애 시인

1960년 부산에서 출생. 부산교육대학 졸업. 200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으로 『불꽃나무 한 그루』(문학아카데미, 2003), 『치명적 그늘』(문학세계사, 2013)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