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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미 시인 / 그녀와 프로이트 요법
입술이 새빨간 그녀는 날마다 시달리는 환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의사를 찾았다
프로이트 추종자인 그 의사는 모든 것에 성적(性的) 과잉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메타피직 운율로 계단을 오르고 마지막 계단에선 항상 중력을 느꼈지만
의사는 프로이트에 의한, 프로이트를 위한 처방책을 그녀의 자궁 깊이 들이부었다
날마다 그녀는 성욕에 시달리고 햇빛 속을 달리는 자전거 바퀴살만 보아도 온몸에 화상을 입었다
어느 날 그녀는 진찰실 문을 밀고 들어가 삽시간에 의사를 덮쳐 버렸다
정말 예민한 프로이트 요법이었다
김상미 시인 / 세미나
오늘의 주제는 마르크스였다. 우리는 세미나를 시작하기 전에 커피를 한 잔씩 마셨다.
나는 왼쪽 창가에 앉았다. 이론에 강한 그들은 끊임없이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나는 엥겔스가 굶고 있던 마르크스에게 식량을 가져다주는 장면을 떠올렸다.
연민과 존경으로 엥겔스의 시선은 성에 낀 유리창처럼 아름다웠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가 소리쳤다. 마르크스의 예측은 오류를 범했다고, 사회주의는 그토록 날카롭고 이지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파고들지만 유머가 없다고, 유머가 없다는 것은 자유롭지 않다는 증거라고……
사람들은 마르크스가 부르주아 출신이었던 것을 잊고 있다.
부르주아 출신이 프롤레타리아식 커피 맛을 어찌 알겠는가!
거대한 토론의 한가운데 작은 토론은 죽고, 그 자리에 남은 우리는 슬그머니 자본주의적 미소 속에 그를 끌어당기지만, 무자비하게 벗겨버린 그의 옷을 다시 입힐 수는 없었다.
마치 그것이 가장 정확한 결론인 양……
1990년 《작가세계》 여름호 등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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