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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민 시인 / 개신고물상
1 충대우 6로 29번지 언제부턴가 이곳에 버려진 꿈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냉매가 지나던 혈관이 터져 버린 후 감옥 같던 마음의 빗장 열어둔 문짝 떨어진 냉장고 가난한 사람들의 소박한 꿈으로 바퀴 탱탱하게 부풀었을 젊음이 짐스럽지 않던 페달 부러진 늙은 자전거 굴착기의 굉음에 허리 끊어지기 전까지 어느 건물, 어느 다리의 튼튼한 뼈대였을 등 굽은 철근 조각 지상에서의 마지막 눈물인 듯 눈 질끈 감고 삼키던 독한 시름 제 허리 꺾어가며 위로해주던 소주병 그리고 불개미 같은 세월의 녹을 달고 달동네의 겨울을 기억하는 연탄집게까지
2 맞은편엔 몇 달이 멀다고 간판이 바뀌는 상점 고물상 옆 커피숍이 어울리지 않았는지 어제는 뼈다귀 해장국 간판을 달았다 어느새 이 골목의 상점들이 폐허처럼 버티고 선 고물상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한 것일까 한 자리에서 십여 년 넘게 버텨 온 뚝심 이제 더 이상 떨어질 바닥은 없다고 세상의 낮은 곳 쉬지 않고 살피는 눈 저녁에는 낡은 호미자루 같은 등으로 수레 가득 폐지를 싣고 오는 노인들
200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등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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