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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최남선 시인 / 海에게서 少年에게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14.

최남선 시인 / 海에게서 少年에게

 

 

  一

 

  텨......ㄹ썩, 텨......ㄹ썩, 텩, 쏴......아.

  따린다, 부슨다, 문허 바린다.

  태산(泰山) 갓흔 놉흔 뫼, 딥턔 갓흔 바위ㅅ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나냐, 모르나냐, 호통까디 하면서,

  따린다, 부슨다, 문허 바린다.

  텨......ㄹ썩, 텨......ㄹ썩, 텩, 튜르릉, 콱.

 

  二

 

  텨......ㄹ썩, 텨......ㄹ썩, 텩, 쏴......아.

  내게는, 아모것, 두려움 업서,

  육상(陸上)에서 아모런 힘과 권(權)을 부리던 자(者)라도,

  나 압헤 와서는 꼼짝 못하고,

  아모리 큰 물건도 내게는 행세하디 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압헤는.

  텨......ㄹ썩, 텨......ㄹ썩, 텩, 튜르릉, 콱.

 

  三

 

  텨......ㄹ썩, 텨......ㄹ썩, 텩, 쏴......아.

  나에게 뎔하디 아니한 자(者)가

  지금(只今)까디 잇거던 통긔하고 나서 보아라.

  진시황(秦始皇), 나팔륜, 너의들이냐.

  누구 누구 누구냐, 너의 역시(亦是) 내게는 굽히도다.

  나허구 겨르리 잇건 오나라.

  텨......ㄹ썩, 텨......ㄹ썩, 텩 튜르릉, 콱.

 

  四

 

  텨......ㄹ썩, 텨......ㄹ썩, 텩, 쏴......아.

  됴고만 산(山)모를 의지(依支)하거나,

  됴ㅅ쌀 갓흔 뎍은 섬, 손ㅅ벽만한 땅을 가디고,

  고 속에 잇서서 영악한 톄를,

  부리면서, 나 혼댜 거룩하다 하난 자(者),

  이리 둄 오나라, 나를 보아라.

  텨......ㄹ썩, 텨......ㄹ썩, 텩, 튜르릉, 콱.

 

  五

 

  텨......ㄹ썩, 텨......ㄹ썩, 텩, 쏴......아.

  나의 짝될 이는 한아 잇도다.

  크고 길고, 널으게 뒤덥흔 바 뎌 푸른 하날.

  뎌것은 우리와 틀님이 업서,

  뎍은 시비(是非) 뎍은 쌈 온갓 모든 더러운 것 업도다.

  됴따위 세상(世上)에 됴 사람텨럼,

  텨......ㄹ썩, 텨......ㄹ썩, 텩, 튜르릉, 콱.

 

  六

 

  텨......ㄹ썩, 텨......ㄹ썩, 텩, 쏴......아.

  뎌 세상(世上) 뎌 사람 모다 미우나

  그 중(中)에서 딱 한아 사랑하난 일이 잇스니,

  담(膽) 크고 순정(純精)한 소년배(少年輩)들이

  재롱(才弄)텨럼 귀(貴)엽게 나의 품에 와서 안김이로다.

  오나라, 소년배(少年輩). 입맛텨 듀마.

  텨......ㄹ썩, 텨......ㄹ썩, 텩, 튜르릉, 콱.

 

월간 『소년(少年)』 1908년 창간호 발표

 

 


 

 

최남선 시인 /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

 

 

1

 

텨……ㄹ썩, 텨……ㄹ썩, 텨ㄱ, 쏴……아.

때린다, 부순다, 무너버린다.

태산(泰山)같은 높은 뫼, 집채 같은 바윗돌이나,

요것이 무어야, 요게 무어야,

나의 큰 힘, 아느냐, 모르느냐, 호통까지 하면서,

때린다, 부순다, 무너 버린다.

텨……ㄹ썩, 텨……ㄹ썩, 텨ㄱ, 튜르릉, 콱.

 

2

 

텨……ㄹ썩, 텨……ㄹ썩, 텨ㄱ, 쏴……아.

내게는, 아무것, 두려움 없어,

육상(陸上)에서, 아무런 힘과 권(權)을 부리던 자(者)라도,

내 앞에 와서는 꼼짝 못하고,

아무리 큰, 물건도 내게는 행세하지 못하네.

내게는 내게는 나의 앞에는

텨……ㄹ썩, 텨……ㄹ썩, 텨ㄱ , 튜르릉, 콱.

 

3

 

텨……ㄹ썩, 텨……ㄹ썩, 텨ㄱ, 쏴……아.

나에게 절하지, 아니한 자(者)가,

지금(只今)까지, 없거던, 통지하고 나서 보아라.

진시황(秦始皇), 나팔륜, 너희들이냐,

누구 누구 누구냐, 너의 역시(亦是) 내게는 굽히도다.

나하고 겨룰 이 있건 오너라.

텨……ㄹ썩, 텨……ㄹ썩, 텨ㄱ, 튜르릉, 콱.

 

4

 

텨……ㄹ썩, 텨……ㄹ썩, 텨ㄱ, 쏴……아.

조고만 산(山)모를 의지(依支)하거나,

좁쌀같은 작은 섬, 손뼉만한 땅을 가지고,

고 속에 있어서 영악한 데를,

부르면서 나혼자 거룩하다 하는 자(者),

이리 좀, 오나라, 나를 보아라.

텨……ㄹ썩, 텨……ㄹ썩, 텨ㄱ, 튜르릉, 콱.

 

5

 

텨……ㄹ썩, 텨……ㄹ썩, 텨ㄱ, 쏴……아.

나의 짝될 이는 하나 있도다,

크고 길고, 너르게 뒤덮은 바 저 푸른 하늘.

적은 시비(是非) 적은 쌈 온갖 모든 더러운 것 없도다.

조 따위 세상(世上)에 조 사람처럼,

텨……ㄹ썩, 텨……ㄹ썩, 텨ㄱ, 튜르릉, 콱.

 

6

 

텨……ㄹ썩, 텨……ㄹ썩, 텨ㄱ, 쏴……아.

저 세상(世上) 저 사람 모두 미우나

그 중(中)에서 똑 하나 사랑하는 일이 있으니

담(膽)크고 순정(純情)한 소년배(少年輩)들이,

재롱(才弄)처럼, 귀(貴)엽게 나의 품에 와서 안김이로다.

오나라 소년배(少年輩) 입 맞춰 주마

텨……ㄹ썩, 텨……ㄹ썩, 텨ㄱ, 튜르릉, 콱.

 

소년, 1908. 11

 

 


 

최남선[崔南善, 1890.4.26 ~ 1957.10.10] 시인

1890년 서울에서 출생. 아명은 창흥, 자는 공육이며 호는 육당六堂. 시인이며 문화운동가, 작가, 사학자로 활동. 신문학 운동의 선구자로 잡지 『소년』, 『샛별』, 『청춘』 등을 간행, 최초의 신체시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발표. 3·1 운동 때 독립선언서를 기초하고 민족대표 33人으로 활약하다 투옥. 훗날 일본 제국주의 침략 전쟁을 미화, 선전 등의 친일행적으로 말미암아 비난받음. 저서로는 시조집 『백팔번뇌』, 사서史書 『조선 역사』, 『고사통』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