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시인 / 정주성(定州城)
산(山)턱 원두막은 비었나 불빛이 외롭다 헝겊 심지에 아주까리 기름의 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잠자려 조을던 무너진 성(城)터 반딧불이 난다 파란 혼(魂)들 같다 어데서 말 있는 듯이 크다란 산새 한 마리 어두운 골짜기로 난다
헐리다 남은 성문(城門)이 한울빛같이 훤하다 날이 밝으면 또 메기수염의 늙은이가 청배를 팔러 올 것이다
1935년 8월31일 《조선일보》 발표 등단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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