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림 시인 / 쥬피타 追放 ㅡ李箱의 靈前에 바침
芭蕉 잎파리처럼 축 느러진 中折帽 아래서 빼여 문 파이프가 자조 거룩지 못한 圓光을 그려 올린다. 거리를 달려가는 밤의 暴行을 엿듣는 치껴 올린 어깨가 이걸상 저걸상에서 으쓱거린다. 住民들은 벌써 바다의 유혹도 말다툴 흥미도 잃어버렸다. 깐다라 壁畵를 숭내낸 아롱진 盞에서 쥬피타는 中華民國의 여린 피를 드리켜고 꼴을 찡그린다. 「쥬피타 술은 무엇을 드릴까요?」 「응 그 다락에 언저둔 登錄한 思想을랑 그만둬. 빚은지 하도 오라서 김이 다 빠졌을걸. 오늘밤 신선한 내 식탁에는 제발 구린 냄새는 피지 말어.」 쥬피타의 얼굴에 絶望한 우숨이 장미처럼 히다. 쥬피타는 지금 씰크햇트를 쓴 英蘭銀行 노오만 氏가 글세 大英帝國 아츰거리가 없어서 장에 게란을 팔러 나온 것을 만났다나. 그래도 게란 속에서는 빅토리아 여왕 直屬의 樂隊가 軍樂만 치드라나 쥬피타는 록펠라 氏의 庭園에 만발한 곰팽이 낀 節操들을 도모지 칭찬하지 않는다. 별처럼 무성한 온갖 思想의 花草들. 기름진 장미를 빨아 먹고 오만하게 머리추어든 恥辱들. 쥬피타는 구름을 믿지 않는다. 장미도 별도.... 쥬피타의 품안에 자빠진 비둘기 같은 天使들의 屍體. 거문 피 엉크린 날개가 經氣球처럼 쓰러졌다. 딱한 愛人은 오늘도 쥬피타다려 정열을 말하라고 졸르나 쥬피타의 얼굴에 장미 같은 우슴이 눈보다 차다. 땅을 밟고 하는 사랑은 언제고 흙이 묻었다. 아모리 따려보아야 스트라빈스키의 어느 拙作보다도 이뿌지 못한 도,레,미,파...... 인생의 一週日. 은단과 조개껍질과 金貨와 아가씨와 佛蘭西 人形과 몇 개 부스러진 꿈쪼각과..... 쥬피타의 노름감은 하나도 자미가 없다. 몰려오는 안개가 겹겹이 둘러싼 네거리에서는 交通巡査 로오랑 氏 로오즈벨트 씨 기타 제씨가 저마다 그리스도 몸짓을 승내내나 함부로 돌아가는 붉은 불 푸른 불이 곳곳에서 事故만 이르킨다 그중에서도 푸랑코 氏의 直立不動의 자세에 더군다나 현기ㅅ증이 났다. 쥬피타 너는 世紀의 아푼 상처였다. 惡한 氣流가 스칠적마다 오슬거렸다. 쥬피타는 병상을 차면서 소리쳤다 「누덕이불로라도 신문지로라도 좋으니 저 太陽을 가려다고. 눈먼 팔레스타인의 殺戮을 키질하는 이 건장한 大英帝國의 태양을 보지 말게해다고」 쥬피타는 어느날 아침 초라한 걸레쪼각처럼 때묻고 해여진 수놓은 비단 形而上學과 체면과 거짓을 쓰레기통에 벗어 팽개쳤다. 실수 많은 인생을 탐내는 썩은 體重을 풀어 버리고 파르테논으로 파르테논으로 날어갔다. 그러나 쥬피타는 아마도 오늘 세라시에 陛下처럼 해여진 망또를 둘르고 문허진 神話가 파무낀 폼페이 海岩을 바람을 데불고 혼자서 소요하리라.
쥬피타 昇天하는 날 禮儀없는 사막에는 마리아의 찬양대도 분향도 없었다. 길잃은 별들이 遊牧民처럼 허망한 바람을 숨쉬며 더 대겼다. 허나 노아의 홍수보다 더 진한 밤도 어둠을 뚫고 타는 두 눈동자를 끝내 감기지 못했다.
시집 『바다와 나비』 (신문화연구소, 1946) 중에서
김기림 시인 / 길
나의 소년 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 빛에 혼자 때 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뿍 자줏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번 다녀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들과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낳은 지를 모른다는 동구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아 멍하니 기다려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준다.
월간 『朝光(조광)』 1936년 3월호 발표
김기림 시인 / 옥상정원
백화점의 옥상정원의 우리 속의 날개를 드리운 카나리아는 니힐리스트처럼 눈을 감는다. 그는 사람들의 부르짖음과 그리고 그들의 일기에 대한 주식에 대한 서반아의 혁명에 대한 온갖 지껄임에서 귀를 틀어막고 잠속으로 피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의 꿈이 대체 어데 가 방황하고 있는가에 대하여는 아무도 생각해보려고 한 일이 없다. 기둥시계의 시침은 바로 12를 출발했는데 롱 안의 호 닭은 돌연 삼림의 습관을 생각해내고 홰를 치면서 울어보았다. 노ㅡ랗고 가ㅡ는 울음이 햇볕이 풀어져 빽빽한 공기의 주위에 길게 그어졌다. 어둠의 밑층에서 바다의 저편에서 땅의 한끝에서 새벽의 날개의 떨림을 누구보다도 먼저 느끼던 흰털에 감긴 붉은 심장은 인제는 "때의 전령"의 명언을 잊어버렸다. 사람들은 "무슈 루쏘ㅡ"의 유언은 서랍 속에 꾸겨서 넣어두고 옥상의 분수에 메말라버린 심장을 축이러 온다. 건물회사는 병아리와 같이 민첩하고 튜ㅡ립과 같이 신선한 공기를 방어하기 위하여 대도시의 골목골목에 75센티의 벽돌을 쌓는다. 놀라운 전쟁의 때다. 사람의 선조는 맨첨에 별들과 구름을 거절하였고 다음에 대지를 그러고 최후로 그 자손들은 공기에 향하여 선전한다. 거리에서는 티끌이 소리친다. "도시계획국장각하 무슨 까닭에 당신은 우리들을 콩크리ㅡ트와 포석의 네모진 옥사 속에서 질식시키고 푸른 네온싸인으로 표백하려 합니까? 이렇게 호기적인 세탁의 실험에는 아주 진저리가 났습니다. 당신은 무슨 까닭에 우리들의 비약과 성장과 연애를 질투하십니까?" 그러나 부의 살수차는 때없이 태양에게 선동되어 아스팔트 우에서 반란하는 티끌의 밑물을 잠재우기 위하여 오늘도 쉬일 새 없이 네거리를 기어다닌다. 사람들은 이윽고 익사한 그들의 혼을 분수지 속에서 건져가지고 분주히 분주히 승강기를 타고 제비와 같이 떨이질 게다. 여안내인은 그의 팡을 낳은 시를 암탉처럼 수없이 낳겠지. "여기는 지하실이올시다" "여기는 지하실이올시다"
시집 『태양(太陽)의 풍속(風俗)』학예사(學藝社) 1939 중에서
김기림 시인 / 太陽의 風俗
태양(太陽)아
다만 한번만이라도 좋다. 너를 부르기 위하야 나는 두루미의 목통을 비러오마. 나의 마음의 문허진 터를 닦고 나는 그 우에 너를 위한 작은 궁전(宮殿)을 세우련다. 그러면 너는 그 속에 와서 살아라. 나는 너를 나의 어머니, 나의 고향(故鄕), 나의 사랑, 나의 희망(希望)이라고 부르마. 그리고 너의 사나운 풍속(風俗)을 좇아서 이 어둠을 깨물어 죽이련다.
태양(太陽)아
너는 나의 가슴 속 작은 우주(宇宙)의 호수(湖水)와 산(山)과 푸른 잔디밭과 흰 방천(防川)에서 불결(不潔)한 간밤의 서리를 핥아버려라. 나의 시냇물을 쓰다듬어 주며 나의 바다의 요람을 흔들어 주어라. 너는 나의 병실을 어족들의 아침을 다리고 유쾌한 손님처럼 찾아오너라.
태양(太陽)보다도 이쁘지 못한 시(詩). 태양(太陽)일 수가 없는 서러운 나의 시(詩)를 어두운 병실에 켜 놓고 태양(太陽)아 네가 오기를 나는 이 밤을 세워 가며 기다린다.
시집 『태양(太陽)의 풍속(風俗)』학예사(學藝社) 1939 중에서
김기림 시인 / 유리창
여보ㅡ 내 마음은 유린가 봐 겨울 하늘처럼 이처럼 작은 한숨에도 흐려 버리니……
만지면 무쇠같이 굳은 체하더니 하룻밤 찬 서리에도 금이 갔구료
눈포래 부는 날은 소리치고 우오 밤이 물러간 뒤면 온 뺨에 눈물이 어리오
타지 못하는 정열 박쥐들의 등대 밤마다 날아가는 별들이 부러워 쳐다보며 밝히오
여보ㅡ 내 마음은 유린가 봐 달빛에도 이렇게 부서지니
시집 『바다와 나비』 (신문화연구소, 1946) 중에서
김기림 시인 / 순교자(殉敎者)
성(聖) 스테판 피와 땀으로 산 나라 오시니 수다스런 변명(辨明)을 팔아 번영하던 오― 분바른 인생(人生)의 저자 물러가라
둔한 살은 주린 이리에게 찢어 주며 뼈를 탐내는 무리에게는 뼈 갈아 던지시며 즐겨 눈보래와 벗하여 살아오신 이―
낯익은 별조차 허공(虛空)에 아득한 낮과 밤 떳떳지 못한 삶이라면 차라리 길들인 짐승처럼 죽음을 데리고 다니신 이 오시다
오직 그럴 리 없는 역사(歷史)의 눈짓만 쳐다보며 여러 흐린 울과 침침한 하늘을 견디신 오― 서럽고도 꿈 많은 기상학(氣象學)이여
성(聖) 스테판 피와 땀으로 산 나라 오시니 수다스런 변명(辨明)을 팔아 번영하던 오― 분(紛)바른 인생(人生)의 저자 물러가라
시집 『바다와 나비』 (신문화연구소, 1946) 중에서
김기림 시인 / 바다와 나비
아무도 그에게 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靑무우 밭인가 해서 내려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公主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어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월간 『女性(여성)』 1939년 4월호 발표
김기림 시인 / 첫사랑
네모진 책상 흰 벽 위에 삐뚜러진 세잔느 한 폭.
낡은 페―지를 뒤적이는 흰 손가락에 부딪혀 갑자기 숨을 쉬는 시들은 해당화(海棠花). 증발한 향기의 호수. (바닷가에서) 붉은 웃음은 두 사람의 장난을 바라보았다.
흰 희망의 흰 화석(化石) 흰 동경의 흰 해골 흰 고대(古代)의 흰 미이라 쓴 바닷바람에 빨리우는 산상의 등대를 비웃던 두 눈과 두 눈은 둥근 바다를 미끌러져 가는 기선들의 출항을 전송했다.
오늘 어두운 나의 마음의 바다에 흰 등대를 남기고 간 ―불을 켠 손아 ―불을 끈 입김아 갑자기 창살을 흔드는 버리떼의 기적. 배를 태워 바다로 흘려보낸 꿈이 또 돌아오나 보다.
나는 그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지. 속삭임이 발려 있는 시계딱지 다변에 지치인 만년필 때묻은 지도들을 나는 나의 기억의 흰 테불크로스 위에 펴 놓는다. 흥 인제는 도망해야지.
란아― 내가 돌아올 때까지 방(房)을 좀 치워 놓아라.
월간 『開闢(개벽)』 속간호 1호 1934년 11월1일 출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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