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배순 시인 / 아무르 호랑이를 찾아서
지금쯤 아무르 강물에 몸을 적신 그가 푸르르 황갈색 몸 털기를 하겠다. 장백산맥을 타고 백두산으로 들어 왔겠다. 서둘러 아름드리 숲으로 간다. 으앙 스무 살 아가가 칭얼대며 쫓아온다. 으아앙, 서른의 아가가 고막에 대고 소리치며 운다. 안 돼! 절대 뒤 돌아 보지 마! 귀를 막으며 커다란 너럭바위 밑 굴속으로 들어간다.
이제 함경산맥을 거친 그가 태백산맥을 내려오다가 방향을 틀어 차령산맥으로 들어 왔겠다. 사람에게 노출을 꺼리는 그가 은밀한 그가 꼬리를 살짝 치켜들고 두둥실 나타나면 어흥, 닮은 두 눈이 마주치면 아기가 자라지 못하게 척척 모든 걸 대신 해주던 팔다리 옜다~ 던져 주리라. 커다란 아가를 업어주던 휜 등도 옜다~ 내밀이리라. 그렇게 완전히 먹히고 나면 호랑이는 내가 되고 나는 호랑이가 되고 사뿐사뿐 산 넘고 물 건너 집으로 돌아갈 테다. 가장 먼저 벽과 천장에서 사탕을 떼어내고 어흐흥! 눈을 휘둥그레 뜨고 어른 아기들에게 소리칠 테다. 당장 이 집에서 나가!
웹진 『시인광장』 2013년 7월호 발표
성배순 시인 / 족저 근막염
아침, 첫발을 디딜 때 발바닥에서 올라오는 찌릿찌릿 이 통증을 의사는 족저 근막염이라 했다. 붉은 족적을 남긴다는 인천의 족적이란 이름의 매운 족발 집에서, 족저근막 어디쯤인지 정확히 잡혀지지 않은 내 통점이, 뒷걸음질로 걸었다는,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 그랬다는 어떤 시인의 외로움 또한. 앞으로 앞으로만 달리는 사람들은 모두 이 병을 앓고 있다고, 이봉주, 황영조 같은 마라토너들도 이 병으로 수술을 받았다며 의사는 내게 뒷걸음을 권했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눕힌 많은 사람, 책, 사물……들, 나의 혀로 잘라 낸 수많은 발이 허공을 날아다닌다. 발뒤꿈치 깎아내며 억지로 구겨 넣었던 시인이란 신발 속에서 내 통점은 족저근막이 아니라 족적근막임을 알겠다.
계간 『시로 여는 세상』 2017년 봄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강재남 시인 / 멜랑꼴리 여름 (0) | 2019.05.27 |
|---|---|
| 송은숙 시인 / 환상의 나라 외 1편 (0) | 2019.05.26 |
| 최재영 시인 / 경계 외 1편 (0) | 2019.05.26 |
| 이명선 시인 / 동경 (0) | 2019.05.26 |
| 백승용 시인 / 말 (0) | 2019.05.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