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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성배순 시인 / 아무르 호랑이를 찾아서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5. 26.

성배순 시인 / 아무르 호랑이를 찾아서

 

 

  지금쯤 아무르 강물에 몸을 적신 그가 푸르르

  황갈색 몸 털기를 하겠다.

  장백산맥을 타고 백두산으로 들어 왔겠다.

  서둘러 아름드리 숲으로 간다.

  으앙 스무 살 아가가 칭얼대며 쫓아온다.

  으아앙, 서른의 아가가 고막에 대고 소리치며 운다.

  안 돼! 절대 뒤 돌아 보지 마!

  귀를 막으며 커다란 너럭바위 밑 굴속으로 들어간다.

 

  이제 함경산맥을 거친 그가 태백산맥을 내려오다가

  방향을 틀어 차령산맥으로 들어 왔겠다.

  사람에게 노출을 꺼리는 그가 은밀한 그가

  꼬리를 살짝 치켜들고 두둥실 나타나면

  어흥, 닮은 두 눈이 마주치면

  아기가 자라지 못하게 척척 모든 걸 대신 해주던 팔다리

  옜다~ 던져 주리라.

  커다란 아가를 업어주던 휜 등도

  옜다~ 내밀이리라.

  그렇게 완전히 먹히고 나면

  호랑이는 내가 되고 나는 호랑이가 되고

  사뿐사뿐 산 넘고 물 건너 집으로 돌아갈 테다.

  가장 먼저 벽과 천장에서 사탕을 떼어내고

  어흐흥! 눈을 휘둥그레 뜨고

  어른 아기들에게 소리칠 테다.

  당장 이 집에서 나가!

 

웹진 『시인광장』 2013년 7월호 발표

 

 


 

 

성배순 시인 / 족저 근막염

 

 

아침, 첫발을 디딜 때 발바닥에서 올라오는 찌릿찌릿

이 통증을

의사는 족저 근막염이라 했다.

붉은 족적을 남긴다는 인천의 족적이란 이름의 매운

족발 집에서,

족저근막 어디쯤인지 정확히 잡혀지지 않은 내 통점이,

뒷걸음질로 걸었다는,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 그랬다는

어떤 시인의 외로움 또한.

앞으로 앞으로만 달리는 사람들은 모두 이 병을 앓고 있다고,

이봉주, 황영조 같은 마라토너들도 이 병으로 수술을 받았다며 의사는 내게 뒷걸음을 권했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눕힌 많은 사람, 책, 사물……들, 나의 혀로 잘라 낸 수많은 발이 허공을 날아다닌다.

발뒤꿈치 깎아내며 억지로 구겨 넣었던 시인이란 신발 속에서 내 통점은

족저근막이 아니라 족적근막임을 알겠다.

 

계간 『시로 여는 세상』 2017년 봄호 발표

 

 


 

성배순 시인

2004년 《경인일보》 신춘문예와 《詩로여는세상》 신인상에 당선되어 작품활동 시작. 시집으로 『어미의 붉은 꽃잎을 찢고』(시로여는세상, 2008)와 『아무르 호랑이를 찾아서』(시로여는세상, 2016)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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