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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남 시인 / 멜랑꼴리 여름
너를 펼치면 네가 사라지는 세상에서 너는 울고 너는 웃고 필기체로 휘갈겨 쓴 네 얼굴에 정오의 햇빛이 쏟아진다
쏟아진다는 것은 수행성, 너의 뒷모습에 숨겨진 가장 습한 대답, 네가 펼쳐진 배경에서 네가 사라지는 빌어먹을 역설,
장마는 길었고 가뭄은 길었고 네가 지나는 길목마다 장미가 붉었다 그리고 네 얼굴이 녹아내렸다
고온다습한 날들이 네 몸을 복기하는 그런 너를 정열적인 계절이라 불러주고 너는 회화나무가 그림자를 흘리는 곳에 쪼그리고 있었다
앉은뱅이 꽃이 피었다 잠시의 소멸과 이윽고 재생되는 너는 견고한 죽음으로 너를 삼켰다
죽음의 밀도를 가늠하다가 너는 너를 위한 주문을 외웠다 너를 펼치면 너는 있고 너는 없고 앉은뱅이 꽃은 앉아서 피어나고
웹진 『시인광장』 2016년 8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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