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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희 시인 / 몇 리터 넣어드릴까요
따듯한 에너지 넣으실래요 은사시나무에 내리는 햇살 같은
미소의 둥근 맛, 바람의 민첩한 관심, 꿀의 달콤한 끈적임, 달빛의 짙은 농도, 풀의 흔들림에도 떠오르는 얼굴, 비에 감전된 목소리, 분절된 소망, 서녘노을에 얹히는 눈물
이 땅의 온갖 언표들, 깊이 끌어안은 상처도 함께 버무려 발효시킨 영혼을 움직이는 에너지, 넣으실래요
마주칠 때마다 마음 밑바닥에 돋는 노란 기운은, 작은 기포로 한 방울 한 방울 떠올라 우주를 통과하는 몇 번의 눈빛에 기류 뒤섞이고, 서로의 가슴을 산비둘기 울음으로 건너다니다 끝내 소리를 내지르며 끓는, 거센 폭풍우였다가 나비 날개짓의 미풍으로 왼쪽 가슴을 펌프질하는 에너지, 넣으실래요
심장엔진의 리듬을 따라 가득 퍼진 몸 안 욕망은, 방사능의 힘으로 핵화되어 모터를 가동, 끊임없이 자기복제하며 세상을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다솜 가솔린
보라, 별을 달고 논둑을 날아다니는 반딧불이, 짝을 짓는 울음이 밤을 덮는 맹꽁이 개구리들, 햇살을 끌어당기는 공정단계의 생강나무 노란 심장소리
몇 리터 넣어드릴까요
시집 『달과 통신하다』(지혜사랑, 2015) 중에서
이원희 시인 / 도마뱀풀
풀을 뽑는다 몸을 툭 끊어 내는 풀 풀은 도마뱀 꼬리를 자르 듯 도망간다 끊어낼지언정 뿌리째 뽑히지 않으려 땅을 움켜쥐고 한 몸인 듯 놓지 않는 뿌리 당기는 힘에 맞서던 버텨내려는 의지와 버려야 한다는 결단의 벼랑 끝에서 일거에 몸을 끊어버리는, 고뇌의 질량이 가벼워진 그 순간 풀은 비로소 풀이 된다 푸른 꼬리를 붙잡고 제 몸을 찢는 순간에 스쳤을 고독 고독을 더듬어 목숨이 겪는 적막한 소리 듣는다 보이지 않는 땅속에서 뿌리는 말없이 치열하리라 강고한 어둠을 비집고 솟아나리라 비온 뒤 오월쯤 돋아날 푸른빛 결연함을 더듬으며 내 의식 어디쯤 심우도 속 소의 풀 뜯는 소리 듣는다
시집 『달과 통신하다』(지혜사랑, 2015)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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