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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운자 시인 / 눈
지하철 손잡이를 잡고 서 있는데 이제 막 돌이 지났을 것 같은 아기가 쳐다본다 윙크를 하였더니 계속 쳐다본다, 웃지도 않고
눈을 깜박이지도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지도 않는다 아기의 얼굴이, 누구를 닮은 것도 같은데 내가 먼저 눈을 돌렸다
다시 봐도 나를 보고 있다
코브라에 쫒기는 도마뱀처럼 지하철을 에스컬레이터를 몸 전체가 발이 되어 달아나는 나를
따라오는 병원지하실 계단 어둡고 서늘한 서랍 속 얼굴
계간 『시현실』 2008년 가을호 발표
강운자 시인 / 자비(慈悲)
창자가 밖으로 쏟아져 나와 있었다 파리 떼가 웽웽거리고 구더기가 썩어 가는 몸을 파먹고 있었다
그는 허리에 찬 수류탄을 꺼내 안전핀을 뽑았지만 불발이었다 다시 하나를 뽑았지만 역시 불발이었다
우리는 그를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일본군한테 손짓으로 안전핀을 뽑고 6초 후면 터지니까 이것을 쓰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는 수류탄을 배 밑에 깔았고 우리는 더 깊은 밀림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계간 『시선』 2008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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