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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조민 시인 / 動動 21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6. 20.

조민 시인 / 動動 21

 

 

  비누로 만든 욕실에서

  나는 유리컵이다, 아이스크림이다, 휘파람 부는 달팽이다

 

  뱀의 혓바닥으로

  나는 비눗방울이다, 스카이 콩콩 타고 요요! 요요! 말 달린다

 

  줄무늬 고양이 꼬리를 잘라서

  나는 알러지다, 히치콕의 검은 안경이다, 늙은 저수지다

 

  목 조르기 세레모니를 하고

  나는 등 없는 의자, 비닐 수의 입은 앉은뱅이 의자, 눈 뜬 미이라  

 

  손목을 돌려 빼니까

  나는 식육점의 면장갑이다, 검은뼈다, 조제의 하얀 조개껍데기다

 

  변기물이 쏴아아 빠지면서

  나는 네가 던진 돌, 새벽에 죽은 뱀 껍질, 엄지에 붙은 새끼손가락

 

  까마귀 한 마리 치솟아 빠져 나오는데

  나는 빵이다, 쥐약이다, 농담이다, 모두 다 개꿈이다

 

  아으, 動動다리

 

시집 『조용한 회화 가족 NO.1』(민음사, 2010) 중에서

 

 


 

 

조민 시인 / 하이쿠 1

 

 

  N = R* × fp × ne × fl × fi × fc × L *

 

  R* - 내 이름은 나만 부른다

  fp - 그림자, 고래의 눈물, 해안선만 골라 먹는다

  ne - 선물상자마다 엄마라는 어둠을 숨겨놓는다

  fl - 줄넘기를 한다 수평선으로

  fi - 비명을 먹는 공기로 다시 태어난다

  fc - 내 무덤은 내가 만든다

  L - 마침표를 찍는 데 겨우 삼백육십 년이 걸린다

 

  N = 거미줄로 쓴다

 

* 드레이크 방정식, 외계지성체의 수를 계산하는 방정식

 

월간 『현대시학』 2012년 6월호 발표

 

 


 

조민 시인

1965년 경남 사천에서 출생. 경상대 국어교육과 졸업, 同  대학원에서 석사학위 받음. 2004년 《시와 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조용한 회화 가족 NO.1』(민음사, 2010)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