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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만 시인 / 내 안의 타클라마칸*
사막에서는 모래가 물이다
흐르고 싶은 데로 흐르는 모래는 지불할 게 남아 있지 않은 고통에 닿아야 생기는 부력
혼자를 수없이 횡단해 본 자에게 한 걸음은 소금 한 됫박보다 값지다 멈춰 있으면서 흐를 수 있는 경지는 자신을 수없이 허물어야 도달하는 자리
허문자의 고요로 상처를 지우고 흐르면서 흘렀던 것마저 지우는 사막은 건너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소진하는 것
모래는 발자국을 기억하지 않는다 첫 걸음이 마지막 걸음이 되는 타클라마칸에서 길을 찾는 건 끝끝내 헛수고다
*위구르어로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땅
시집 『발 달린 벌』(문학동네, 2015) 중에서
권기만 시인 / 발
발 달린 벌을 본 적 있는가 벌에게는 날개가 발이다 우리와 다른 길을 걸어 꽃에게 가고 있다 뱀은 몸이 날개고 식물은 씨앗이 발이다 같은 길을 다르게 걸을 뿐 지상을 여행하는 걸음걸이는 같다 걸어다니든 기어다니든 생의 몸짓은 질기다 먼저 갈 수도 뒤처질 수도 없는 한 걸음씩만 내딛는 길에서 발이 아니면 조금도 다가갈 수 없는 몸을 길이게 하는 발 새는 허공을 밟고 나는 땅을 밟는다는 것 뿐 질기게 걸어야 하는 것도 같다 질기게 울어야 하는 꽃도
시집 『발 달린 벌』(문학동네, 2015)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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