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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호 시인 / 호모 심비우스
우연의 우연의 우연으로 한 거실에 모인 우리들 그럴듯한 신화를 만들 수 있는 * 4대가 한 밥상에서 아침을 먹고 음악을 틀어 놓자 어린이집에서 배운 율동을 추는 어린 조카 빠진 틀니를 한쪽에 놓고 박수를 치는 할머니 신이 난 꼬리를 가진 반려견 탱이 유유함이 우아함으로 지느러미를 한껏 부풀린 금붕어 집 안 공기를 책임지는 스파트필름 율마 싱고리움 음악을 통해 얻은 웃음은 행복의 교향곡 박수는 최선이며 빠른 속도로 우리를 성장시킨다 * 외할머니는 하나의 공간이었다 안방 건넛방 사랑방을 차지하는 사람과 외양간 헛간 둠벙을 차지하는 소 닭 우렁 앞마당을 차지하는 맨드라미 봉숭아 채송화 뒤뜰의 감나무 앵두나무 살구나무 비탈산을 일구고 심은 고구마 배추 고추 이따금 찾아오는 고랑이 산토끼 두더지 외할머니는 간난아이를 대하는 심정으로 어루만지며 꽃이 피고 낙엽이 지는 것을 함께 맞이했다 * 낡은 신발 같은 서로가 새롭게 어울리는 안성맞춤인 풍경
함께 있어 기댈 곳이 있어 내 편이 있어 생명의 위치는 심장에 있다
유리창으로 쏟아지는 햇빛도 함께이다
계간 『문학선』 2018년 봄호 발표
이지호 시인 / 나는 민들레를 아리랑의 정서라고 부른다
하얀 민들레꽃이 피었다 부서지거나 없어진 표지판을 대신하듯 경계에 핀 꽃 꽃은 견디는 중이다
민들레의 위치는 심장에 있다 끌어당기는 마음과 내어주는 마음 잎이 뭉개지고 생채기가 생겨도 그렇게 그렇게 꽃줄기를 올리는 힘
나는 민들레를 아득함이라고 부른다
내 세상이었던 너를 잃었다 미안했다 미안하다는 말은 더는 쓰지 않으련다 많은 시간 원망하고 살았지만 뼈 속 깊이 새겨진 응어리가 풀려 녹는데 단 십분도 걸리지 않았다 숨이 달라지고 숨 때문에 움직임이 달라졌다
모두가 기피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맡은 자세로 피어 있는 여기는 군대가 없다는 듯 백기를 흔들 듯 은색 털이 흔들린다
바람이 분다 갓털이 위태롭다
어느 쪽으로 갈까 미루나무 한 그루 자르는데 역사적으로 가장 비싼 값을 치른 과거 민들레는 얼마의 값을 치러야 하나 갓털이 날아가는 방향은 새로움을 향해 기울 것이다
공동경비구역을 찾은 그녀가 손편지를 쓴다
나는 흰민들레를 아리랑의 정서라고 부른다
계간 『시작』 2018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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