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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진형 시인 / 쇼윈도

by 파스칼바이런 2019. 6. 22.

박진형 시인 / 쇼윈도

 

 

      지루한 출근길 하품이 보도를 젖힌다.

      유리창에 비친 몸통의 분신이 머리를 흔든다.

      마네킹의 실루엣이 유리창 너머 내 윤곽과 겹친다.

      차갑게 달구어진 심장의 안과 밖은

      경계 없이 촘촘한 가시가 박혀 있다.

      상자에 갇힌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며 도망치다가

      수족관에서 헤엄치는 금붕어를 바라보는 순간

      쇼는 계속 되어야 한다는 문구가 전광판에 깜박인다.

      보는 자와 보이는 자는

      창을 사이에 두고 미묘한 눈싸움을 벌인다.

      손가락으로 창을 두드려 보아도 눈동자는 반응이 없다.

      붙박이로 서 있는 육체는 언젠가 깨어질 유리판 한쪽에서

      자신을 가두는 우리에서 탈출을 꿈꾼다.

      관계자 외 접근금지 경고판이 굵은 글씨로 우쭐댄다.

      살갗마다 피어오르는 열꽃이 계약 만료의 경고음을 낼 때

      이유를 모른 채 체포되는 마네킹이

      무표정한 눈빛으로 유죄를 인정한다.

      마네킹과 하나가 될 수 없는 분신이 보석을 주장한다.

      완전한 이별을 꿈꾸면서 돌아서지만

 

웹진 『시인광장』 2019년 3월호 발표

 

 


 

박진형 시인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 학사, 불어불문학과 석사, 불어교육과 박사과정 수료. 1989년 서울대학교 대학문학상 소설 당선. 2016년 《시에》로 시부문 등단. 2019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 현재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 Volume 동인, 시란 동인, 용인문학회 회원, 시에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