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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극 시인 / 첫사랑은 곤드레 같은 것이어서
내게 첫사랑은 밥 속에 섞인 곤드레 같은 것이어서 데쳐져 한 계절 냉동실에서 묶었고 연초록 색 다 빠지고 취나물인지 막나물인지 분간이 안가는 곤드레 같은 것인데
첫사랑 여자네 옆 곤드레 밥집 뒷방에 앉아 나물 드문드문 섞인 밥에 막장을 비벼 먹으면서 첫사랑 여자네 어머니가 사는 집 마당을 넘겨 보다가
한 때 첫사랑은 곤드레 같은 것이어서 햇살도 한 평밖에 몸 닿지 못하는 참나무 숲 새끼손가락만한 연초록 대궁에 솜털이 보송보송한, 까실까실한, 속은 비어 꺾으면 툭 하는 소리가 허튼 약속처럼 들리는 곤드레 같은 것인데
종아리가 희고 실했던 가슴이 크고 눈이 깊던 첫사랑 그 여자 얼굴을 사발에 비벼 목구멍에 밀어 넣으면서 허기를 쫓으면서
시집 『하룻밤 돌배나무 아래서 잤다』(문학동네, 2008) 중에서
김남극 시인 / 발
링거에 섞인 몰핀의 양으로 남은 시간을 아는 아버지 표백제 냄새만 남은 이불 밑으로 발이 쑥 나왔다 만져본다 싸늘하다 탱탱하게 부었다 엄지로 꾹 눌러본다 자국이 낙인으로 남았다
누구나 걸어다녔던 시절을 살아왔다 구절리에서 여량까지 늑골까지 차는 눈을 차며 걷기도 했고 수하에서 왕산 대기리까지 철쭉꽃 빛깔로 따라오는 처자를 데리고 걷기도 했고 번천에서 하장까지 조팝나무꽃 진 길로 땡볕에 밥이 그리운 처자식을 데리고 걷기도 했고 진부에서 나전까지 벼랑에 단풍처럼 꿈적거리고 타오르는 것들 달래고 쥐어박으며 동면을 준비하러 걷기도 했다
길의 흔적은 발바닥 두께로만 남아 목욕물에 불어 편마암처럼 일어나던 뒤꿈치가 조용하다 맬갛다 핏줄도 사그라들었다
세 달 땅을 떠난 발 하늘을 쳐다보며 하늘로 가기 전 쌓인 것 모두 돌려주려는지 뒤꿈치가 팽팽하다
힘을 주어 주무른다 탱탱하다 젊은 날 꿈처럼 탱탱해져 저 혼자 산골 집으로 돌아갈 꿈을 꾸고 있다
시집 『하룻밤 돌배나무 아래서 잤다』(문학동네, 2008)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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