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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권도중 시인 / 벚꽃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7. 2.

권도중 시인 / 벚꽃

 

 

  잿빛 날들 지나와

  어느새 아득한 곳으로 만개하여

  온 하늘 가득하다 못해

  치마폭 내리듯

  먼 하늘 아래로 지다

 

  아직도 옥양목 빨래 같은 빛으로 살아

  목피 속 가득 감추어 흘러와

  희게 베어 나오는 가지마다

  살 속에까지 번져 있는 벚꽃 물들임이여

 

  너의 마음 이렇게

  벚꽃으로 오는구나

 

시집 『혼자 가는 긴 강만으로는』(문학의전당, 2008) 중에서

 

 


 

 

권도중 시인 / 이어도

 

 

삶을 괴롭히던 또 다른 왕국(王國)이며

해수(海水)에 목이 잠긴 그 고운 신앙(信仰)이며

가서는 오지 않았던 살아 있는 천국(天國)이여

 

큰 그리움 만나려면 더 멀리 가야 한다

더 큰 그리움은 몇 날 며칠 지새운다

생과 사 이어도 사나 님 생각은 물길로 간다

 

난파되어 못 오며는 다음 배에 오리니

배 무거워 못 오며는 이어도에 사는 줄을

살아서 보고 싶어라 목숨이 물결로 오네

 

입이 없던 사람은 피리 되어 갔으리

아직도 철썩이는 꿈 건져야 할 깃발 푸른

긴 역사(歷史) 돌아와 있네 그리운 섬 이어도

 

시집 『낮은직선』(책만드는집, 2010) 중에서

 

 


 

권도중 시인

안동 일직에서 출생. 중앙대학교예술대학원문학예술학과와 서울대학교행정대학원국가정책과정 수료. 1974년 이영도 추천으로 《현대시학》(3회천료)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낮은직선』, 『네 이름으로 흘러가는 강』, 『혼자 가는 긴 강만으로는』, 『비어 하늘 가득하다』 가 있음. 〈現代律〉〈동인과 회귀선문학동인회〉으로 활동. 현재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 오늘의시조시인협회, 회원이며 한국시조시인협회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