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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중 시인 / 벚꽃
잿빛 날들 지나와 어느새 아득한 곳으로 만개하여 온 하늘 가득하다 못해 치마폭 내리듯 먼 하늘 아래로 지다
아직도 옥양목 빨래 같은 빛으로 살아 목피 속 가득 감추어 흘러와 희게 베어 나오는 가지마다 살 속에까지 번져 있는 벚꽃 물들임이여
너의 마음 이렇게 벚꽃으로 오는구나
시집 『혼자 가는 긴 강만으로는』(문학의전당, 2008) 중에서
권도중 시인 / 이어도
삶을 괴롭히던 또 다른 왕국(王國)이며 해수(海水)에 목이 잠긴 그 고운 신앙(信仰)이며 가서는 오지 않았던 살아 있는 천국(天國)이여
큰 그리움 만나려면 더 멀리 가야 한다 더 큰 그리움은 몇 날 며칠 지새운다 생과 사 이어도 사나 님 생각은 물길로 간다
난파되어 못 오며는 다음 배에 오리니 배 무거워 못 오며는 이어도에 사는 줄을 살아서 보고 싶어라 목숨이 물결로 오네
입이 없던 사람은 피리 되어 갔으리 아직도 철썩이는 꿈 건져야 할 깃발 푸른 긴 역사(歷史) 돌아와 있네 그리운 섬 이어도
시집 『낮은직선』(책만드는집, 2010)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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