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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현신 시인 / 플랫이 있는 창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7. 2.

김현신 시인 / 플랫이 있는 창

 

 

  노을을 머리로 그려보는 저녁이다

  성당의 돌기둥

  색유리의 반짝임

  노을이 쌓이고 모래바람이 분다

  분수대 광장에 앉아 랭스턴 휴즈의 시 몇 줄을

  나에게 던져보는 저녁

  수은등이 켜진다

  신발을 잃어버리고 울었던 밤

  사방에서 파편들이 반짝였다

  손가락 사이로 핏덩이들이 튀어 오른다

  교통사고는 아닌 것 같아;

  마우스에 얹은 손등 위로 퍼지는

  오르간의 선율

  그 선율에 담겨 있을 노을

  노트르담의 돌기둥

  시월의 소네트

  어떤 눈동자에 마음 베이는 저녁이다

  당신을 만나 볼 것 같은 저녁

  내 몸에서 시멘트 냄새가 난다

 

시집 『나비의 심장은 붉다』(한국문연, 2010) 중에서

 

 


 

 

김현신 시인 / 좋은 아침이죠?

 

 

  내 목에는 목도리가 길게 늘어져 있다

  눈 내리는 소파, 책, 하얀 종이컵

  또 다른 이야기가 모퉁이를 돌아가고 있었다

  좋은 아침이죠?

  하얀 날들이 하나씩 지워지던

  펄럭이는 달력 한 장, 책 한 페이지

  바람에 찢어지고 있었다

  내가 알지 못했던 건

  날마다 목도리가 한 장씩 늘어나고

  내 목이 기웃거리고

  벽에 걸린 그림처럼

  이야기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푸른 별들이 떨어져 있는 방

  그들이 꼬리를 흔들며 내게로 온다

  구석구석으로 숨어본다

  매서운 바람이 부는 겨울날처럼

  내 목을 내가 감고 있었다

  따뜻한 목도리 하나,

  낯선 생각에 내가 녹아내리고 있었다

  책에서 꿈으로 가는 좋은 아침이었다

 

시집 『나비의 심장은 붉다』(한국문연, 2010) 중에서

 

 


 

김현신 시인

2005년 《시현실》로 등단. 시집으로 『나비의 심장은 붉다』(한국문연, 2010)와 『전송』(시와세계, 2015)이 있음. 2013년 제4회 시와세계작품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