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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신 시인 / 플랫이 있는 창
노을을 머리로 그려보는 저녁이다 성당의 돌기둥 색유리의 반짝임 노을이 쌓이고 모래바람이 분다 분수대 광장에 앉아 랭스턴 휴즈의 시 몇 줄을 나에게 던져보는 저녁 수은등이 켜진다 신발을 잃어버리고 울었던 밤 사방에서 파편들이 반짝였다 손가락 사이로 핏덩이들이 튀어 오른다 교통사고는 아닌 것 같아; 마우스에 얹은 손등 위로 퍼지는 오르간의 선율 그 선율에 담겨 있을 노을 노트르담의 돌기둥 시월의 소네트 어떤 눈동자에 마음 베이는 저녁이다 당신을 만나 볼 것 같은 저녁 내 몸에서 시멘트 냄새가 난다
시집 『나비의 심장은 붉다』(한국문연, 2010) 중에서
김현신 시인 / 좋은 아침이죠?
내 목에는 목도리가 길게 늘어져 있다 눈 내리는 소파, 책, 하얀 종이컵 또 다른 이야기가 모퉁이를 돌아가고 있었다 좋은 아침이죠? 하얀 날들이 하나씩 지워지던 펄럭이는 달력 한 장, 책 한 페이지 바람에 찢어지고 있었다 내가 알지 못했던 건 날마다 목도리가 한 장씩 늘어나고 내 목이 기웃거리고 벽에 걸린 그림처럼 이야기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푸른 별들이 떨어져 있는 방 그들이 꼬리를 흔들며 내게로 온다 구석구석으로 숨어본다 매서운 바람이 부는 겨울날처럼 내 목을 내가 감고 있었다 따뜻한 목도리 하나, 낯선 생각에 내가 녹아내리고 있었다 책에서 꿈으로 가는 좋은 아침이었다
시집 『나비의 심장은 붉다』(한국문연, 2010)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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