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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신미균 시인 / 막내 삼촌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7. 2.

신미균 시인 / 막내 삼촌

 

 

  게시판에 붙어 있는

  압정을 본다

  무얼 붙이고 있기는 했는데

  그 무엇이 떨어져 나가자

  할 일 없이 그저 숨죽이고

  납작하게 붙어있다

  아무런 무늬도 없고

  평범하게 생긴 조그만 쇳조각이라

  손톱으로 건드리기만 해도

  쉽게 떨어질 것 같다

 

  회사가 문 닫았다고

  식구들에게 말하지도 못하고

  아침마다 어디론가 출근했다가

  들켜버린 막내 삼촌 마냥

  겸연쩍게 씩 웃으며

  그냥 힘없이

  툭,

  떨어질 것 같다

 

  나는 압정이 잘 붙어있게

  손으로 지그시

  눌러주었다

 

시집 『맨홀과 토마토케첩』(천년의시작, 2003) 중에서

 

 


 

 

신미균 시인 / 국물용 멸치

 

 

  어머니를 뜨거운 물에 넣어

  팔팔 끓였습니다

 

  비늘이 떨어져 나간 어머니가

  너덜거립니다

 

  옆구리를 조금 떼어

  빨아 보았습니다

 

  아직도 국물이

  덜 우러나왔습니다

 

  불을 조금 더 세게

  틀었습니다

 

  오래 오래

  팔팔 끓였습니다

 

  지느러미가 떨어져나간 어머니가

  흐느적거립니다

 

  허기질 때마다 국물을 마십니다

 

  언뜻 언뜻 내 몸에서

  어머니 냄새가 납니다

 

시집 『맨홀과 토마토케첩』(천년의시작, 2003) 중에서

 

 


 

신미균 시인

1955년 서울에서 출생. 서울교육대학교 졸업. 1996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으로 『맨홀과 토마토케첩』(천년의시작, 2003)과 『웃는 나무 』(서정시학, 2008), 『웃기는 짬뽕』(푸른사상,  2015)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