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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 시인 / 이뉴잇의 노래
극지에 서보면 알게 될까 살아남거나 죽는 일에 순번을 어찌 정하는지 누군가가 살기 위해 누군가는 죽어야 하고 살아남아 죽은 누군가를 기억하고 위로하는 것을
제비뽑기만큼 공정한 것이 없고 제비뽑기만큼 억울한 것이 없다
어서 눈알을 뽑으라, 잔인한 삶이여 더 이상 키울 수 없는 아이를 버리라 버려진 아이가 살아남아 누군가가 되고 버려진 아이가 죽은 누군가는 되는 일
개여, 세드나여, 야생의 영혼이여
살아남은 누군가가 머리칼을 자르고 기억하지 누군가가 누군가의 살맛을 기억하지 누군가가 누군가의 유골함이 되지 살아남거나 죽은 것이 서로 다를 게 없지
이뉴잇이 인간이라고, 생고기를 먹는 인간이라고 끔찍한 것이 삶이라고, 우리 모두가 이뉴잇이라고 얼어붙은 하늘 아래서 잊지 않으려고 노래하고 춤을 추지
시집 『카스트라토』(북인, 2014) 중에서
김영애 시인 / 발정의 시간을 통과한 개
목줄을 매고 가축으로 산다는 것은 개가 개를 만날 수 없다는 것이지만 발정난 개는 가축으로 살면서도 기어이 개를 만난다 냄새를 쫓아 헤매던 개가 개를 만나면 똥구멍에 코를 대고 큼큼거리다가 외로움을 드러내며 거리에서 흘레붙는다
뜨겁던 한 시절이 지나가면 개는 점차 냄새에 매달리지 않게 되고 개가 개를 만나도 냉담하게 고개를 돌린다 가축으로 살면서 개가 개를 그리워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달을 보고 짖어대던 습관을 버리고 개의 길을 벗어나 사람처럼 게으르게 늙어간다 볕 좋은 거실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며 나른함을 즐기고 더 이상 코를 큼큼거리지 않는다
가축으로 살다가 개였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린 개는 냄새에 대한 흔적을 지우기 위해 졸고 졸고 또 졸다가 결국에는 사람의 침상에서 잠이 든다
사람의 침상에서 잠이 드는 그대는 사람인가 개인가 사람의 침상에서 잠이 드는 나는 개인가 사람인가 문득 궁금해지는 것은 흔적을 지운 후에 생긴 생소한 버릇이다
계간 『창작 21』 2010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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