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사용 시인 / 고초 당초 맵다한들
충주 객사 들보 남글 도편수(都片手)는 아우 품 안에 든 어린 낭군 어이나 믿어 굽은 싸리 외서촌(外西村) 길 푸돌면 가두 가랑머리 시뉘 마음 그 누가 알리
목천(木川) 무명 청주(淸州) 나이 열두 새 길쌈 잉아 걸고 북 잡으니 가슴이 달캉 달캉달캉 우는 바디 무엇이 설우 열두가락 가락꼬치 등골을 빼지
속 모르는 시어머니 꾸리만 겼수 오백(五百) 꾸리 풀어 짠들 이 설움 풀까 이 세목(細木)을 다나으면 누구를 입혀 앞 댁(宅) 아기 지저귀감 어이두 없네
칠팔월(七八月)에 자채 방아 온밤을 새두 애벌대낌 꽁보리밥 그것두 대견 강피 훑다 누명(陋名) 쓰긴 시누이 암상 눈결마다 헛주먹질 철없는 낭군(郎君)
(『三千里』 131호, 1939년 4월)
홍사용 시인 / 어머니에게
어머니! 어찌하여서 제가 이렇게 점잖아졌습니까 어머니 젖꼭지에 다시 매어달릴 수 없이 이렇게 제가 점잖아졌습니까 그것이 원통해요 이 자식은
어머니! 어찌하여서 십년 전 어린애가 될 수 없어요 어머니께 꾸중 듣고 십년 전 어린애가 다시 될 수 없어요 그리고 왜 인제는 꾸중도 아니하십니까 그것이 설워요 이 자식은
어머니! 어찌하여서 어린 것을 가꾸어 크기만 바라셨습니까 가는 뼈가 굵어질수록 욕심과 간사가 자라는 줄을 모르셨습니까 거룩한 사랑을 값싸게 저버리는 줄 모르십니까 그것이 느끼어져요 이 자식은
어머니! 어찌하여서 떡 달라는 저에게 흰무리떡을 주셨습니까 티끌 없이 클 줄만 아시고 저의 생일이면은 흰무리떡만을 해주셨습니까 인제는 때 묻은 옷을 벗을 수도 없이 게을러졌습니다 그것이 아프게 뉘우쳐져요 이 자식은
홍사용 시인 / 시악시 마음이란 ― 민요 한 묶음·2
왜 또 우나요 봄사람 너무 울면 시드나니 타락 송아지 ‘엠매’할 제 무에 그리 서러워 실없는 말 하면은 얼굴이 붉고 진정대로 달래면 돌아나려라 그도 저도 말 없으면 가만한 한숨 시악시 마음이란 여울목 달빛 온달도 반달인 양 대중도 없지 네 나이 열아홉 살 봄꿈은 개꿈
왜 또 우나요 봄사람 너무 울면 시드나니 타락 송아지 ‘엠매’할 제 무에 그리 서러워 뉘 손에 꺾일 건가 걱정도 없이 이름 모를 딴 시름 온밤을 새워 붉은 입술 다문 대신 느낌만 잤지 시악시 마음이란 덤불의 메꽃 핀 꽃도 진 꽃인 양 이슬에 젓네 네 나이 열아홉 살 봄꿈은 개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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