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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홍사용 시인 / 고초 당초 맵다한들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6. 9.

홍사용 시인 / 고초 당초 맵다한들

 

 

충주 객사 들보 남글 도편수(都片手)는 아우

품 안에 든 어린 낭군 어이나 믿어

굽은 싸리 외서촌(外西村) 길 푸돌면 가두

가랑머리 시뉘 마음 그 누가 알리

 

목천(木川) 무명 청주(淸州) 나이 열두 새 길쌈

잉아 걸고 북 잡으니 가슴이 달캉

달캉달캉 우는 바디 무엇이 설우

열두가락 가락꼬치 등골을 빼지

 

속 모르는 시어머니 꾸리만 겼수

오백(五百) 꾸리 풀어 짠들 이 설움 풀까

이 세목(細木)을 다­나으면 누구를 입혀

앞 댁(宅) 아기 지저귀감 어이두 없네

 

칠팔월(七八月)에 자채 방아 온밤을 새두

애벌대낌 꽁보리밥 그것두 대견

강피 훑다 누명(陋名) 쓰긴 시누이 암상

눈결마다 헛주먹질 철없는 낭군(郎君)

 

(『三千里』 131호, 1939년 4월)

 

 


 

 

홍사용 시인 / 어머니에게

 

 

어머니!

어찌하여서

제가 이렇게 점잖아졌습니까

어머니 젖꼭지에 다시 매어달릴 수 없이

이렇게 제가 점잖아졌습니까

그것이 원통해요

이 자식은

 

어머니!

어찌하여서

십년 전 어린애가 될 수 없어요

어머니께 꾸중 듣고 십년 전 어린애가 다시 될 수 없어요

그리고 왜 인제는 꾸중도 아니하십니까

그것이 설워요

이 자식은

 

어머니!

어찌하여서

어린 것을 가꾸어 크기만 바라셨습니까

가는 뼈가 굵어질수록 욕심과 간사가 자라는 줄을 모르셨습니까

거룩한 사랑을 값싸게 저버리는 줄 모르십니까

그것이 느끼어져요

이 자식은

 

어머니!

어찌하여서

떡 달라는 저에게 흰무리떡을 주셨습니까

티끌 없이 클 줄만 아시고 저의 생일이면은 흰무리떡만을 해주셨습니까

인제는 때 묻은 옷을 벗을 수도 없이 게을러졌습니다

그것이 아프게 뉘우쳐져요

이 자식은

 

 


 

 

홍사용 시인 / 시악시 마음이란

― 민요 한 묶음·2

 

 

왜 또 우나요 봄사람 너무 울면 시드나니

타락 송아지 ‘엠매­’할 제 무에 그리 서러워

실없는 말 하면은 얼굴이 붉고

진정대로 달래면 돌아나려라

그도 저도 말 없으면 가만한 한숨

시악시 마음이란 여울목 달빛

온달도 반달인 양 대중도 없지

네 나이 열아홉 살 봄꿈은 개꿈

 

왜 또 우나요 봄사람 너무 울면 시드나니

타락 송아지 ‘엠매­’할 제 무에 그리 서러워

뉘 손에 꺾일 건가 걱정도 없이

이름 모를 딴 시름 온밤을 새워

붉은 입술 다문 대신 느낌만 잤지

시악시 마음이란 덤불의 메꽃

핀 꽃도 진 꽃인 양 이슬에 젓네

네 나이 열아홉 살 봄꿈은 개꿈

 

 


 

홍사용 시인[洪思容, 1900.5.17~1947.1.7]

1900년 수원(水原: 현재의 화성시)에서 출생. 호는 호는 노작(露雀).  휘문의숙(徽文義塾) 졸업.1922년 나도향(羅稻香)·현진건(玄鎭健) 등과 동인지 《백조(白潮)》를 창간. 「백조는 흐르는데 별 하나 나 하나」, 「나는 왕이로소이다」 등 향토적이며 감상적인 서정시를 발표. 신극운동(新劇運動)에도 참여하여 연극단체 토월회(土月會)를 이끌었고 희곡도 썼음.

시·수필·희곡 등 발표 작품은 많지만 책으로  되어  나온  것은  없고  폐병으로  세상을 떠남. 2002년 노작문학상이 제정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