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억 시인 / 물레
물레나 바퀴는 실실이 시르렁 어제도 오늘도 흥겨이 돌아도 사람의 산 생(生)은 시름에 돈다오,
물레나 바퀴는 실실이 시르렁 외마디 겹마리 실마리 풀려도 꿈 같은 세상은 가두새 얽힌다.
물레나 바퀴는 실실이 시르렁 언제는 실마리 감자던 도련님 인제는 못 풀어 날 잡고 운다오.
물레나 바퀴는 실실이 시르렁 원수의 도련님 실마리 풀어라 뭇
풀 걸 왜 감고 날다려 풀라나. 안서시집, 한성도서주식회사, 1929 *안서는 생전에 약 300여 편의 시를 발표하였다. 안서의 민요조 서정시는 김소월, 홍사용, 김동환 등의 호응으로 한때 한국 시의 주류를 이루었던 때가 있었다.
김억 시인 / 보슬비
浦口十里에 보슬보슬 쉬지 않고 내리는 비는 긴 여름날의 한나절을 모래알만 울려 놓았소.
기다려선 안 오다가도 설은 날이면 보슬보슬 만나도 못코 떠나버린 그 사람의 눈물이던가.
설은 날이면 보슬보슬 魚泳島라 갈매기떼도 지차귀가 축축히 젖어 너흘너흘 날아를 들고.
자취없는 물길 三百離 배를 타면 어데를 가노. 南浦사공 이내 廊君님 어느 곳을 지금 헤매노.
김억 시인 / 사공의 아내
모래밭 스며드는 하얀 이 물은 넓은 바다 동해를 모두 휘돈 물.
저편은 원산 항구 이편은 장전(長箭) 고기잡이 가장님 들고나는 길
모래밭 사록사록 스며드는 물 몇 번이나 내 손을 씻고 스친고.
몇 번이나 이 물에 어리었을가? 들고나며 우리 님 검은 그 얼굴.
*'시원'(1935.2) 수록. "해변 소곡"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주제는 바다의 찬미. 소재는 바닷물. 7.5조의 정형시. 민요풍으로 읊은 낭만적인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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