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한 시인 / 아침 황포강(黃浦江)가에서
아침 황포강 가에서 기선이 웁디다 웁디다. 삼판은 보채고 기선이 웁디다 설운 소리로...
아침 황포강 가에서 물결이 웃읍디다 웃읍디다. 춤을 추면서 금비단 치마 입고 춤을 춥디다.
아침 황포강에서 안개가 거칩디다. 인사하면서 눈웃음 웃으며 인사하면서
아침 황포강에서 기선이 떠납디다 떠납디다. 눈이 부어서 물에 빠져 죽으려는 새악씨처럼...
아침 황포강에서 희극이 생깁디다 생깁디다. 세관의 자명종이 열 시를 칠 적에
아침 황포강에서 기선이 웁디다 웁디다. 설운 소리로 샛노란 소리로 기선이 웁디다.
작자의 말 - "과거 우리사회에 노래라는 형식으로 된 문학이 있었다면 대개 세 가지가 있었다고 하겠습니다. 첫째는 중국을 순전히 모방한 한시요, 둘째는 형식은 다르나 내용으로는 역시 중국을 모방한 시조요, 세째는 그래도 국민적 정조를 어지간히 나타낸 민요화 동요입니다. 그 세 가지 중에서 필자의 의견으로는 세째의 것이 가장 예술적으로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주요한 시인 / 흰 꽃
민물이 땅의 벗은 가슴을 씻는 큰 강가에 달빛이 물과 흙에 단꿈을 부어 줄 적에 그 언덕에 수없는 흰 꽃이 피어납니다.
달빛에 피는 꽃이매 그 입술은 눈같이 흽니다. 사람 몰래 피는 향기 없는 흰 꽃- 무한한 물결 노니는 강가에 피는 꽃-
아침이 오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꽃- 어린 아이들같이 머리를 모으고 조는 꽃- 달빛만 그 입을 맞추어 주는 적적한 꽃-
달 밝고 물소리 끊임없는 무한한 강가에 수없는 흰 꽃이 밤을 숨어 피어납니다.
작자의 말 - "나의 작품들은 대체로 자연과 인생의 한부분과 그에 대한 감상적인 반응을 적어 본 것이다... 말하자면 순전히 머릿속에서 억지로 만들어 낸 것으로, 마치 공상 많은 어린애의 상상 그림과 비슷하다.
주요한 시인 / 빗소리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 같이.
어지러운 달이 실날 같고, 볕에서도 봄이 흐르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두운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 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이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뜰 위에 창 밖에 지붕 위에. 남 모를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
'◇ 시인과 시(근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요한 시인 / 가신 누님 외 2편 (0) | 2019.06.12 |
---|---|
윤동주 시인 / 바람이 불어 외 2편 (0) | 2019.06.11 |
주요한 시인 / 명령 외 2편 (0) | 2019.06.10 |
홍사용 시인 / 이한(離恨) (0) | 2019.06.10 |
김억 시인 / 물레 외 2편 (0) | 2019.0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