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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근대)

주요한 시인 / 가신 누님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19. 6. 12.

주요한 시인 / 가신 누님

 

 

강남 제비 오는 날

새 옷 입고 꽃 꽂고

처녀 색시 앞뒤 서서

우리 누님 뒷산에 갔네.

 

가서 올 줄 알았더니

흙 덮고 금잔디 덮어

병풍 속에 그린 닭이

울더라도 못 온다네.

섬돌 위에 봉사꽃이

피더라도 못 온다네.


삼인시가집(三人詩歌集), 삼천리사, 1929

 

* 작자는 "나의 시를 민중에게로 더 가까이 하기 위하여 의식적으로 노력한 것이외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시 역시 향토색 짙은 작품이다. "누님"을 조국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겠다.

 

 


 

 

주요한 시인 / 지금에도 못 잊는 것은

 

 

지금에도 못 잊는 것은

안개 속에 돛 달고 가던 배

 

바람도 없는 아침 물결에

소리도 없이 가 버린 배

 

배도 가고 세월도 갔건마는

안개 속 같은 어릴 적 꿈은

 

옛날의 돛 달고 가던 배같이-

안개 속에 가고 오지 않는 배같이-


삼인시가집(三人詩歌集), 삼천리사, 1929

 

* 주요한은 서구적인 현대시의 영향보다는 한국적인 전통시의 서정과 감각과 언어 구사법을 답습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시는 상징주의적이라기보다 낭만적이요목가적이며 감상적이다.

 

 


 

 

주요한 시인 / 부끄러움

 

 

뒷동산에 꽃 캐러

언니 따라 갔더니

솔가지에 걸리어

다홍치마 찢었읍네.

 

누가 행여 볼까 하여

지름길로 왔더니

오늘따라 새 베는 임이

지름길에 나왔읍네.

뽕밭 옆에 김 안 매고

새 베러 나왔읍네.


삼인시가집(三人詩歌集), 삼천리사, 1929

 

* 한국적 애정의 특징인 사랑의 수줍음을 나타냈다. [새] 땔 나무의 사투리.

 

 


 

주요한 [朱耀翰, 1900.10.14 ~ 1979.11.17] 시인

1900년 평안남도 평양에서 목사 주공삼(朱孔三)의 8남매 중 맏아들로 출생. 시인 ∙ 언론인 ∙ 정치인. 호는 송아(頌兒). 필명은 벌꽃 ∙ 낙양(落陽) 등. 소설가 주요섭(朱耀燮)의 친형. 1912년 평양숭덕소학교, 1918년 일본 메이지학원(明治學院) 중등부 졸업. 1919년 동경의 제1고등학교 졸업. 1925년 상해(上海) 후장대학 졸업. 대학 재학시 상해의 독립신문 기자로 활동.

1919년 1월에 간행된 《학우》 창간호에 '에튜으트'라는 큰 제목으로 창작시 〈시내〉 ∙ 〈봄〉 ∙ 〈눈〉 ∙ 〈이야기〉 ∙ 〈기억〉의 5편을 발표하며 시작(詩作)활동 시작. 시집으로 『아름다운 새벽』 외에,  『3인시가집(三人詩歌集)』(三千里社, 1929),  『봉사꽃』(世宗書院, 1930) 등이 있고, 일반 논저로는  『자유의 구름다리』(泰成社, 1959),  『부흥논의』(大成文化社, 1963),  『안도산전서(安島山全書)』(三中堂, 1963) 등이 있음. 동아일보사와 조선일보사 편집국장 및 논설위원 및 화신상회(和信商會)의 중역 및 대한상공회의소 특별위원, 대한무역협회 회장, 국제문제연구소장, 민주당민의원의원 초선 및 재선, 4 ∙ 19 당시는 부흥부장관 및 상공부장관, 경제과학심의회 위원, 대한일보사 사장, 대한해운공사 대표이사 역임.1979년 국민훈장 무궁화장 추서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