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한 시인 / 가신 누님
강남 제비 오는 날 새 옷 입고 꽃 꽂고 처녀 색시 앞뒤 서서 우리 누님 뒷산에 갔네.
가서 올 줄 알았더니 흙 덮고 금잔디 덮어 병풍 속에 그린 닭이 울더라도 못 온다네. 섬돌 위에 봉사꽃이 피더라도 못 온다네. 삼인시가집(三人詩歌集), 삼천리사, 1929
* 작자는 "나의 시를 민중에게로 더 가까이 하기 위하여 의식적으로 노력한 것이외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시 역시 향토색 짙은 작품이다. "누님"을 조국으로 해석해 볼 수도 있겠다.
주요한 시인 / 지금에도 못 잊는 것은
지금에도 못 잊는 것은 안개 속에 돛 달고 가던 배
바람도 없는 아침 물결에 소리도 없이 가 버린 배
배도 가고 세월도 갔건마는 안개 속 같은 어릴 적 꿈은
옛날의 돛 달고 가던 배같이- 안개 속에 가고 오지 않는 배같이- 삼인시가집(三人詩歌集), 삼천리사, 1929
* 주요한은 서구적인 현대시의 영향보다는 한국적인 전통시의 서정과 감각과 언어 구사법을 답습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시는 상징주의적이라기보다 낭만적이요목가적이며 감상적이다.
주요한 시인 / 부끄러움
뒷동산에 꽃 캐러 언니 따라 갔더니 솔가지에 걸리어 다홍치마 찢었읍네.
누가 행여 볼까 하여 지름길로 왔더니 오늘따라 새 베는 임이 지름길에 나왔읍네. 뽕밭 옆에 김 안 매고 새 베러 나왔읍네. 삼인시가집(三人詩歌集), 삼천리사, 1929
* 한국적 애정의 특징인 사랑의 수줍음을 나타냈다. [새] 땔 나무의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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